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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진보 모두 '진짜 한국인'은 잘 모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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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진보 모두 '진짜 한국인'은 잘 모르더라"
[인터뷰] 신간 <스무살엔 몰랐던 내한민국> 출간한 작가 이숲
13.06.09 11:11l최종 업데이트 13.06.10 10:08l홍성식(poet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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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스무살엔 몰랐던 내한민국>을 출간한 작가 이숲.
ⓒ 예옥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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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와 일본은 한국인에 대해 부정적 낙인을 찍었고, 그 관념은 현대 한국인 사이에도 은연중에 공유돼 있다. 저자는 이 낙인을 벗겨내고 내·외부의 억압 속에서도 당당하고 강인했던 한국인의 문화와 기질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조국(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자는 한 세기 전 이 땅을 다녀간 다양한 이방인들의 시각을 빌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우리의 참된 모습을 구체적으로 살려내고 있다. -유진룡(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행적과 발언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을 감추기가 힘들었다. 그때 떠오른 게 바로 이 책이다. -전인권(가수)

이 책이 그저 '한국인은 위대하다'는 주장만을 한다면 외면당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하지 않아도 좋다. 작가는 늘 우리가 잠재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들, 하지만 잊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정말 재밌는 시각으로 접근해 논리적으로 풀어주고 있다. -김장훈(가수)

작가의 기록은 일제강점기에 왜곡된 한국인의 잠재력을 일깨워 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강하면서도 선한 한국인이 지녀야 할 삶의 자세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슴 뭉클하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제시해주고 있다. -이상협(하와이대학 경제학과 교수·한국학센터 소장)

시린 역사를 합리적 '향수' 노스탤지어로 아우른 작가 이숲. 그녀 옆에 앉고 싶다. -장제희(KBS 열린음악회·체험 삶의 현장·아침마당 작가)

도대체 어떤 책에 관한 언급일까? 출간도 되기 전, 가제본판을 읽고 보내온 사회 각계각층의 반응이 뜨거웠다. 법학자와 가수, 문화정책을 총괄하는 장관과 경제학자, 변호사와 유명 방송작가의 마음을 한결같이 사로잡은 책은 바로 <스무 살엔 몰랐던 내한민국>. 소설가 이숲(본명 박수영)이 최근 출간한 역사 에세이다.


▲ 한국인의 '진짜 정체성'을 찾아가는 기나긴 여정 끝에 탄생한 책 <스무살엔 몰랐던 내한민국>.
ⓒ 예옥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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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한국인의 모습'은 진짜일까? 혹시 일본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왜곡된 한국인의 초상을 우리의 참모습이라고 오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숲의 <스무 살엔 몰랐던 내한민국>은 바로 이러한 도발적인 문제 제기와 함께 100년 전 한국에 머물렀던 외국인의 눈을 통해 '한국인의 진짜 얼굴'을 찾고자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저자 이숲은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스웨덴 웁살라대학과 포르투갈 코임브라대학에서 유럽 현대사 석사과정을 공부했다. 유럽 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 이숲은 한국 역사를 새롭게 보는 독자적인 눈을 길렀다.

우리가 치욕으로 기억하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서 한국인의 보편적 매력을 집어낸 그의 연구는 기존의 역사학계에서는 좀처럼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 웁살라대학 역사학과는 이 시도를 '새롭고도 풍부한(New & Rich)' 성과로 평가했다. 실증주의적 사학 전통이 강한 웁살라대학이 '비극의 시대 한국과 한국인의 모습'을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한 이숲의 시도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스무 살엔 몰랐던 내한민국>은 그 연구의 토대 하에 만들어졌다. 1997년 계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소설가이기도 한 이숲은 '명징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체'라 평가받은 장편소설 <매혹>과 <도취>를 출간했고, 스웨덴 체류기 <스톡홀름, 오후 두 시의 기억>을 통해 관찰자의 시선으로 유럽 사회를 탐구하기도 했다. 귀국 후 <월간 중앙> 객원기자로 활동하며 칼럼을 쓰기도 했던 이숲은 성신여대와 중앙대 등에서 강사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건국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책 제목에 대해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왜 대한민국이 아닌 내한민국인가?" 그에 관해 저자는 이런 대답을 내놓았다. "현실비판적 시각 속에서 사회민주화운동에 경도됐던 스무 살엔 알 수 없었던 것을 이제야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내' 나라를 이제야 발견했다는 것을 제목 속에 담고 싶었다"고.

세속적 시각에서 분류하자면 '486세대'인 이숲은 20대 시절 단련된 비판의식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공부와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여기에 삶을 통해 축적된 경험을 더해 마침내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내' 나라 대한민국을 찾아낸 것이다. 이는 단지 민족주의적 아집이 아닌 보편적 관점의 획득이며, 또 다른 형태의 '신앙고백'이기도 하다.

"한국의 민초들 결코 만만하지 않다"

이숲의 책 <스무 살엔 몰랐던 내한민국>에는 100여 년 전 개화기와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을 방문한 유럽인과 미국인이 등장한다. 과연 그들이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정말로 한국을 '더럽고 미개한 나라'로, 한국인을 '게으르고 아둔하며 유약하고 스스로를 통제할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봤을까?

이숲은 국내외 자료의 철저한 조사와 고증을 통해 진실을 찾아간다. 그러고는 마침내 어떠한 목적을 위해 일제가 철저히 왜곡했던 한국인의 참모습을 찾아내 독자들 앞에 내놓았다. '자유분방하고, 쾌활하며 호탕한 민족', '선량하고 관대하며 명석한 백성들', '지적이며 놀라운 이해력을 가진 사람들' 여기에 더해 '자연스럽고 거침없이 당당하다'는 한국인의 진짜 모습을. 이는 우리 스스로의 주관적 판단이 아닌, 100년 전 이 땅을 찾은 외국인에 의한 객관적인 평가였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무 살엔 몰랐던 내한민국>은 오랜 시간에 걸쳐 준비된 책이다. 영어 논문을 한국어로 옮기는 작업에서부터 여러 차례에 걸친 자료 보충과 추가 집필이 더해졌다. 2012년에는 앞서 말한 가제본판을 만들어 '한국사회 오피니언 리더'를 포함한 미래의 독자 100명에게 책에 관한 의견을 묻기도 했다. '급조된 허술한 읽을거리'로 전락하는 걸 막기 위한 수많은 고민 끝에 탄생한 <스무 살엔 몰랐던 내한민국>.

저자 이숲을 만나 적지 않은 나이에 스웨덴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 그곳에서 바라본 유럽사회와 한국사회, 한국과 한국인을 재발견하게 되는 과정, 출간에 얽힌 에피소드 등을 이야기 나눴다. 여름이 목전으로 다가온 5월 하순. 고궁 돌담을 따라 함께 걸었다.


▲ 스웨덴 웁살라대학에서 유럽 현대사를 공부하던 시절, 학우들과 함께 한 작가 이숲.
ⓒ 예옥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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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6년 한국에서의 생활을 접고 스웨덴으로 떠나려고 마음먹었던 이유와 그 즈음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때 내 생활의 한 부분이 정리되는 무언가가 있었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야 할 때였다. 스웨덴으로 가기 몇 해 전 유럽여행을 갔었다. 완벽한 이방인의 삶,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 그런 삶이 주는 묘한 전율이 그리웠다. 일종의 열병이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내 삶도 자의 반 타의 반 정리되고, 낯선 곳에 대한 동경과 열정도 남아 있고……. 그래서였다. 어떤 걸 공부할지는 서울에서 정하고 출발했다. 유럽 현대사를 탐구해보기로 했다."

- 스웨덴에서 3년을 살았다. 그 나라와 그 나라 사람들은 어땠는가.
"스웨덴을 알기 위해 간 건 아니다. 사실 도착하기까진 그곳에 관한 교과서적인 상식 정도만 있었다. 남들이 잘 안 가는 나라로 가고 싶었다. 그러나 살다보니까 정말 우리와는 너무 다른 나라라는 게 느껴졌다. 내가 사십 년 넘게 살아온 한국과 다른게 피부와 감각 전체로 느껴졌다. '이건 너무 다르구나'라는 혼잣말을 자주 했다.

일단 그곳에선 모든 게 평등하다. 사람을 대하는 것부터가 그 사람의 직업과 출신을 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돌아오고 나서도 그 사회에서 평등하게 다루어졌던 나에 관한 기억이 남아 이곳이 불편했다. 사회시스템 자체가 사람들을 평등하게 보게 만든다. 스웨덴 사람들은 손가락 열 개를 모두 살핀다. 하지만 한국은 몇몇 손가락만 본다.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의 힘을 보고 왔다."

- 한국에서의 대학 생활과 그곳에서의 대학 생활은 어떻게 달랐는가.
"앞서도 말했지만 스웨덴은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다. 남녀노소, 어리고 나이 먹었고에 상관없이. 함께 강의 받는 사람 중에 노인들이 있어서 처음엔 놀랐다. 그들과 같이 수업을 받았다. 그 나라 사람들은 그걸 당연시한다. 희끗희끗한 머리칼의 노인들이 학생이다.

그들의 목적은 학위가 아니다. 자기가 한 분야에 관심이 있어 관련 수업을 듣고 싶으면 대학에 신청해 그 수업을 듣는다. 세미나에 참여하고, 과제를 제출한다. 대학에 입학하려면 봐야하는 일종의 '수학능력 시험'은 노인들에겐 없다. 대학 자체가 열려 있다.

가령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았어도, 직장생활을 한 곳에서 5년 이상 했다고 하면 대학에 가고 싶을 때 언제건 갈 수 있다. 직장 경력을 적극적으로 인정해준다. 개방적인 시스템이다. 나는 석사과정이었는데, 클래스에 따라서 노인들의 숫자가 20~30%일 때도 있었다."

- 거기서 새삼 한국과 한국인을 떠올린 이유는 뭔가.
"논문을 쓰기 전부터다. 내 땅이 아닌 다른 땅에서 살게 되니까 나를 돌아보게 됐다. 거기 가니까 자동적으로 내가 구별됐다. 그래서 스스로 '나는 누군가'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런 과정처럼 한국인이라고 하는 정체성을 새삼 자각하게 됐다. '나는 저들과는 다른 누구이구나'라는 걸 인식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논문은 출발했다. 어차피 외국인 스웨덴에서 연구하고 논문을 쓸 거라면, 내 존재와 연관된 걸 쓰면 좋지 않겠나 생각했다."

"'한국인에게 이런 장점이 있구나' 유럽에서야 알았다"


▲ <스무살엔 몰랐던 내한민국>은 오랜 고통 속에서 탄생한 책이다. 이숲은 집필 과정에서 허리를 앓기도 했다.
ⓒ 예옥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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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의 문제도 있고, 객관적으로 한국을 바라봤을 것이다. 한국에서 보던 한국인과 거기서 본 한국인이 다르게 느껴졌는지.
"굉장히 큰 주제의 질문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한국과 한국인에 관한 애착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외국을 잠시 여행할 때도 한국의 나쁜 점이 보였다. 선진을 지향하는 사회에서라면 한국의 나쁜 점이 더 잘 보였으니까. 그러나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분명 모자라는 게 많으나 나름의 장점이 한국과 한국인에게서 보였다. 논문을 쓰면서 더 잘 알게 됐다. 한국인을 말하는 유럽인들의 텍스트를 연구하면서 '한국인에게 이런 장점이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 멀리서 비교적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며 한국인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 <스무 살엔 몰랐던 내한민국>은 당신의 석사 논문을 토대로 쓰여졌다. 논문보다 대중적인 책으로 만들고자 했던 계기가 있었던 건가.
"혼자 슬퍼하고, 기뻐하고…… 살아있는 한국인들을 텍스트에서 만나면서 긴긴 스웨덴의 겨울밤을 보내는 게 외롭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와서는 선뜻 들뜬 기분으로 출판하고자 하지 않았다. 다른 이들에게 알려줘야지 하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우연히 서울대학교 방민호 교수를 만나 논문을 요약한 걸 보여줬다.

A4 한 장짜리 요약본이었다. 방민호는 일제강점기 근대문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 시대 한국인에 대한 관심이 컸다. 누구 못지않게 인류의 보편성을 사고할 줄 아는 게 한국인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식민사관으로 본 한국인이 아닌, 보편적 관점으로 세상을 볼 줄 알았던 한국인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다. 그가 출판을 제의했다. 그때부터 번역이 시작됐다. 그게 2010년 겨울이다. 3~4개월 번역을 하고, 이후 2년 넘게 쓰고, 고치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 책을 쓰면서 느꼈을 것이다. 한국과 한국인은 대체 어떤 존재인가. 당신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가.
"유럽에서 공부할 때도 '어떤 국가엔 어떤 민족성이 있다'는 걸 규정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무조건'이라는 고정불변의 가치는 없다. 사실 그런 마음으로 책을 썼다. 민족성이라는 고정불변은 없지만,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이 물려주고 물려받은 습성과 문화, 기질은 있다. 그런 부분을 발견하고 느꼈다. 기질과 습관은 그 삶의 풍습, 체제와 관계된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안다. 고대로부터 중세, 근세, 현대까지. 가난했고, 왕조가 오랜 시간 지속됐고……. 그 과정에서 어떤 기질들이 일반인들에게 전해졌다. 외국인들은 외부의 시각에서 그걸 보고 느낀 걸 쓴 것이기에 참진리는 아니다. 그러나 완벽한 참진리가 세상에 어디 있나.

100년 전 한국을 여행하거나 한국에서 머물렀던 외국인들은 비교적 객관적으로 우리를 보려 했다. 그 사람들의 한국인에 관한 생각은 '착하다' '순박하다' 그리고 반대개념인 '한없이 순박하지는 않다'라는 것 등이다. 학정이나 불합리에 저항할 줄 아는 기질이 한국인의 순박함 속에 숨어있는 것까지 간파하고 있었다."

- 책에는 한국인의 재평가와 함께 일본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등장한다. 일본이 왜 과대평가 된 것인가.
"책에서 말하는 건 지금의 일본이라기보단 100년 전 일본이다. 제국주의 일본이다. 한국보다 분명 서구화가 일찍 시작됐고, 일사불란하게 서구화에 성공한 아시아 국가였다. 그러나 일본은 남들보다 먼저 키워진 힘과 일찍 받아들인 서양식 무기로 남을 짓밟고 침략한 제국주의 국가였다. 그런 상황을 유럽 지식인 중 일부가 과대평가 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조차도 한국인이 남의 밑에 들어가 살 민족이 아니라고 보았다. 영리하고, 탐구심이 있고, 진리를 추구할 줄 아는 한국인의 본성을 알고 있었다. 서구 문명이 자랑하는 합리성을 한국인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민족이 훈련이 되지 않아 식민지로 전락한 것으로 보았다. 한국인의 독특하고 사랑스러운 점을 높게 평가한 유럽 지식인은 의외로 많다. 반면 일본은 사나웠고, 무기의 힘에 기대고 있었다. 그 온당치 못한 힘으로 제국주의로 뻗어나가는 걸, 그런 모습을 보면서 평가가 높아졌을 수 있다. 이는 왜곡이다.

그들이 보기에 한국은 정신사와 품위가 어느 나라 못지않게 높은데, 정신적으로 품위 있는 사람들이 사나운 사람(일본인)에게 지배당하는 형국이었으니…… 일본의 힘이 강력했던 당시의 시대 상황을 무시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에 대한 과대평가는 아마 거기서 연유하지 않았을까싶다.

프레드릭 매켄지는 한국과 일본을 다 보고 두 나라에 관해 썼다. 그의 책은 반일의 입장에서 쓰여졌다. 매켄지는 한국인의 잠재력이 무섭다는 걸 알았던 사람이다. 식민지가 되는 건 한 나라가 없어지는 것이다. 한국이 일본에 복속된 속지 혹은, 지방으로 전락되는 걸 안타까워했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그렇게 돼버린 것에는 큰 의구심을 가졌다."

"이 책에서 객관적으로 한국인의 장·단점 모두 볼 수 있을 것"


▲ 책을 쓰며 "당당하고 선량하며 불의에 저항할 줄 아는 한국인의 진면목을 다시금 알게됐다"고 말하는 작가 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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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년 전 그때, 일본이 과대평가 되고, 한국이 과소평가 된 이유는 뭘까.
"당대의 상황이 작용했다고 본다. 그런데 오히려 열강들, 한국과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은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일본과 한국에서의 체류 경험을 다 가져본 이들은 일본에 관한 과대평가와 한국을 향해있는 과소평가를 인정했다.

그러나 피상적으로 일본과 한국을 아는 이들은 일본을 러시아와 중국을 이긴 강력한 나라로 평가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한국이나 일본을 경험하지 않고 이전 여행자들의 텍스트를 참고해 책을 써냈다. 마치 자신이 경험한 것처럼 그럴듯하게 꾸며서. 그런 관행이 독자들이 잘못된 판단을 할 가능성을 높였다."

- 논문을 대중적인 역사 에세이로 다시 쓰면서 어려웠던 점은 뭔가?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돼줬던 것은 또 뭔지.
"앞서 말한 것처럼 방민호 교수의 독려로 번역을 시작했다. 내가 공부해서 알아낸 새로운 사실을 독자들에게 알린다는 희망 때문에 들떴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해봤지만 많은 이들이 '진짜 한국인'을 잘 알지 못했다. 심지어 언론사 기자와 교수들까지. 진보와 보수가 다 마찬가지였다. 역사를 전공한 사람들은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외국 도서관과 문헌자료실에 한국인에 관한 책이 있다는 것도 잘 모르고, 유럽인들이 한국인을 어떻게 평가했는지도 잘 몰랐다. 그 왜곡의 뿌리가 깊은 식민사관으로 인해 스스로를 열등한 민족으로 오해하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꼭 이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 이전에 소설을 쓴 적이 있으니까 소설로 쓰라는 권유도 있었으나, '허구의 산물'로 오해될 소지가 있어 소설로는 쓰고 싶지 않았다."

- 책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읽어보면 누구나 알 수 있겠지만 이 책에는 우리의 장점과 단점이 다 드러난다. 논문을 쓰면서도 편협하게 우리의 장점만을 쓰는 게 아닐까라고 걱정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책을 통해 객관적으로 한국인의 장·단점 모두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의 장점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제 와서 장점을 알아내 뭘 하자는 건가'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장점을 인식해 우쭐대자는 말이 아니다.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1세기 전 한국인이다. 우리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미 그때의 모습이 아니다. 과거를 배우면 미래가 보인다. 우리의 장점과 단점을 알게 되면 그게 바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자기를 사랑하게 되면 사람은 미래지향적으로 바뀐다. 낙관과 긍정의 힘을 가지게 된다. 그게 중요하다."

- 어떤 사람들이 <스무 살엔 몰랐던 내한민국>을 읽었으면 좋겠나.
"욕심 같아선 모든 사람들이 다 읽었으면 좋겠다. 어떤 독자가 출간 전 제작된 가제본판을 보고 '국민들보다 덜 떨어진 정치인들이 먼저 읽어야 한다'고 했다. 책에서 내가 언급한 한국인들은 당시 잘나가던 한국인이 아닌 민초였다. 그들의 잠재력과 능력을 말하고 싶었다.

가진 것 없고, 많이 배우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무시가 우리 마음 안에 있다. 그러나, 그건 잘못된 것이다. 가난하고 덜 배운 사람들이 인격적으로도 품위가 없으리라 생각하는 건 편견에 불과하다. 오늘날 한국의 민초들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걸 정치인들이 알았으면 한다. 100년 전 한국인들이 만만하지 않았듯이."

- 책은 과거의 한국과 일본을 살피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기에 한국과 일본의 미래는 어떠할 것 같은가. 한국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많다.
"두 나라의 미래를 말하기 전에 먼저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유럽에 체류하면서 느낀 감정 중 하나가 유럽연합이 부러웠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여러 나라를 하나의 국가로 만드는 실험이었다. 스웨덴 사람들의 경우도 2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스웨덴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유럽연합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이 그것이다.

물론 유럽연합을 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더 많은 긍정적 효과를 유럽 사람들에게 선물했다. 동일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에 아름다움이 있다고 본다. 민족과 문화, 언어가 다른데 그런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유럽연합의 결성에서 전범국가인 독일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독일이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 보상은 무슨 보상이냐'라고 했다면 유럽연합은 없었을 것이다. 통절한 반성이 있었기에 독일은 유럽연합의 주도국이 될 수 있었다.

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역사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일본도 독일처럼 해야 한다. 그러한 자기반성이 없다면 한국과 일본, 일본과 아시아의 바람직한 미래는 설계될 수 없다. 최근 과거사를 둘러싼 논란 등을 보면 현재 일본의 태도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 포르투갈 코임브라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의 작가 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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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는 100년 전 한국을 체험한 많은 외국인들이 등장한다. 당신이 가장 매력을 느낀 이는 누구인지.
"모두 매력적이었다. 많은 수의 여행자를 선택해 연구의 대상으로 삼은 건 각기 한 일이 달라서였다. 그들의 국적과 직업까지 고려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프레드릭 매켄지는 반일의 목소리를 담아 한국인의 입장을 대변한 사람이기에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인간적으로 더 흥미로웠던 사람은 미국의 젊은 외교관 윌리엄 샌즈다. 그는 스물다섯에 한국으로 와서 고종의 궁중고문으로 4~5년을 일했던 순수한 이상주의자였다. 한국을 사랑했고 젊음의 열정으로 우리를 돕고자 했다. 하지만, 한국인을 온전한 문명인이 아닌 교화의 대상, 훈계의 대상으로 보았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매켄지는 이미 그때부터 유럽인과 한국인을 동등하게 본 드문 사람이었다."

- 향후 '한국인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추가적인 집필 계획이 있는지.
"<스무 살엔 몰랐던 내한민국>은 100년 전 기록을 토대로 만든 책이다. 그 시대에 이 땅에서 살았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20세기 초. 한국과 한국인은 별 볼일 없는 존재였다고 오해되고 있었다. 그게 왜곡된 이미지라는 걸 알게 되면서, 그 당시 한국인들에게 매료됐다.

그 연장선에서 좀 더 가까운 시대의 한국인들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고 싶고, 연구하고 싶다. 구체적인 연구방법에 관한 고민을 하는 단계다.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으니, 앞으로도 '한국인 연구'는 내가 놓칠 수 없는 일종의 화두가 될 것이다."
2013-06-09 23:3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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