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팝페라스타 안드레아 보첼리.
6년 만에 방한공연하는 이탈리아 팝페라스타 안드레아 보첼리(58)는 ‘희망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맑고 청아한 음색과 서정적인 곡 해석으로 인기를 누리는 그는 12세 때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그러나 희망을 잃지 않고 음악에 대한 꿈을 향해 달려왔다. 한국에도 그 에너지를 전한다. 내한공연의 일부 수익금을 시각장애 아동을 돕는데 내놓기로 했다. 공연에 시각장애 음악가들도 초청한다.
보첼리는 e-메일 인터뷰에서 “내 목소리와 그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내가 현실을 뛰어넘는, ‘모험 같은 해피 엔딩의 동화' 같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1958년 이탈리아 투스카니의 작은 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6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며 음악을 접했다. 피사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몇년간 변호사로 활동했으나 전설적인 테너 프랑코 코렐리(1921~2003)에게 성악레슨을 받으면서 음악인의 길로 들어섰다.
“엔터테인먼트 세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의 소년이 음악을 직업으로 삼으려고 했다. 많은 사람들과 부모의 눈에는 불확실한 결과에 대한 대담한 도전이었다. 내 인생 스토리가 젊은 세대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수 있다면 항상 희망을 놓지 말고 열심히 일하며 우리를 만든 신의 계획을 믿으라는 것이다."단독 방한공연으로는 3번째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총 4번째 방한공연이다. 2000년 첫 방한공연을 소프라노 조수미와 했다. 이후 2008년 첫 단독 빙한공연을 한 바 있다.
한국에 다시 돌아오게 돼 설레고 즐겁다는 보첼리는 “한국 팬들이 보여준 사랑은 한국의 가슴 아픈 매력처럼 잊을 수가 없다"고 돌아봤다.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며 애정을 보여주는 것이 내게는 매우 중요하다. 그들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이 기대하고 있는 콘서트다."팝과 클래식을 넘나들며 ‘팝페라'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주인공으로 통하는 보첼리에게 1992년이 전환점이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록스타 주케로가 아일랜드 록밴드 ‘U2'의 보노와 함께 만든 ‘미제레레'를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함께 부르기 위해 데모 테이프를 만들게 되는데, 파트너로 보첼리가 선택됐다.
결국 노래는 예정대로 주케로와 파바로티가 함께 불러 히트곡이 됐다. 하지만 데모를 들은 파바로티가 보첼리의 목소리를 극찬, 그의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듬해 보첼리는 주케로와 함께 투어에 나서 파바로티를 대신해 ‘미제레레'를 부르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1996년 발표한 ‘타임 투 세이 굿바이'가 국제적인 인기를 누리며 스타덤에 올랐다. 보첼리는 “이 노래가 세계 구석구석 사람들의 마음에 강한 감동을 주는 클래식 노래가 됐다"며 “이 노래를 부르는 것에 지치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노래는 디테일에 집중하는 것이 어렵다. 경쾌한 리듬으로 좋은 기억을 환기시키는 내용, 매혹적이고 시선을 사로잡는 달콤한 음악이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 음악의 잠재력을 몰랐다. 나의 국제적 명성에 발판이 돼 준 이 음악에 굉장히 감사한다."지금까지 20여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세계적인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성악가들과 협연을 이어왔다. 지난해 영화음악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새롭게 창조한 앨범 '시네마'를 발표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마리아',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문 리버'‘오페라의 유령'의 ‘뮤직 오브 더 나이트' 등이 실렸다. 팝의 요정 아리아나 그란데가 피처링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에 퓨 티 팽소(E Piu Ti Penso)'도 포함됐다. 이번 방한은 이 앨범의 월드투어 하나로 수록곡을 들려준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들, 나를 성장하게 했고 감동시키고 기쁘게 했던 영화와 관련된 곡들을 떠올렸다. 프랭크 시내트라의 ‘문 리버'를 부를 때 나는 소년이었다. 그때 피아노 바에서 연주하곤 했는데 '‘치크 투 치크'(영화 ‘톱 햇' 수록곡)를 불렀을 때 내가 미소를 짓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성악가들을 다룬 영화도 평소 즐겨봤다. 이탈리아 성악가 베니아미노 질리, 미국 성악가 마리오 란차 등 “과거의 훌륭한 목소리들을 해석한 영화를 즐겼다"는 것이다.
한국 첫 방문에서 인연을 맺은 조수미는 영화 ‘유스'의 주제가를 불러 지난 2월 ‘제8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레드카펫을 밟기도 했다. 역시 음악가를 다룬 영화다.
보첼리는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그 영화에 대해 좋은 이야기들은 많이 들었다"고 했다. 조수미와 만남 이후 “불행하게도 우리 예술가들은 친구들과 동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기회가 적다"며 “그녀는 탁월한 동료이자 내가 굉장히 존경하는 전문가"라고 치켜세웠다.
이번에 역시 한국 여성 소프라노와 듀엣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 정하진 않았다"며 “모두가 좋아할 만한 노래를 같이 불렀으면 한다"고 바랐다.
“나는 투스카니의 시골지역 라야티코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목소리에 심각한 병을 유발하는 알레르기를 피해 포르테 데이 마르미로 이사하기로 90년대 중반에 결정했다. 투스카니 해안에서 살게된 이유는 건강 때문이지만 이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발자취를 남기고 떠나기 때문에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몸이 내 악기이다. 가수는 어떻게 보면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좋은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보첼리는 앞이 보이지 않지만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보고 상상한다. 영화, 그리고 영화음악의 의미는 더 특별하다. “내가 모르는 유명한 영화들에서 나온 노래들을 사랑하게 됐다. 그래서 수년간 나는 그 결함을 보완했다. 만약 영화가 ‘꿈 공장'이라면 영화 속의 음악은 그 속의 모든 마법과 정서적인 활력을 지켜주고 집중하게 해준다."5월1일 오후 7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주관 보이스스타·스프링이엔티, 후원 유니버설뮤직. 11만5000~29만원. 와우픽처스. 02-6348-6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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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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