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팝 부를 땐 내가 테너란 것 잊어… 안그러면 우스꽝스런 노래 나와
▶ 나의 현재는 이미 내 꿈을 초과… 난 행운아로 매일 하늘에 감사
보첼리가 ‘시네마’ CD 출반 기념 콘서트에서 노래하고 있다.
[영화음악 모음집 ‘시네마’ 출반 안드레아 보첼리]
클래시컬 뮤직과 팝뮤직을 넘나들며 노래 부르는 이탈리아의 맹인 수퍼스타 크로스오버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56)와의 인터뷰가 지난달 23일 웨스트할리웃에 있는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 본부에서 있었다. 인터뷰는 보첼리가 오는 23일에 내놓을 영화음악모음집 ‘시네마’(Cinema) 출반을 기념해 마련됐다. 음반에는 ‘마리아’(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라라의 노래’(의사 지바고), ‘문 리버’(티파니에서 아침을) 등 모두 15곡이 수록됐다. 그는 이 음반을 위해 9월18일 할리웃의 돌비극장에서 노래를 불렀다. 이 콘서트는 11월27일 하오 9시 PBS를 통해 방영된다. 잿빛이 섞인 머리와 큰 키에 색깔 있는 안경을 쓴 보첼리는 카리스마가 있었는데 유머와 위트를 섞어 약간 서툰 영어로 질문에 길고 자세하게 대답했다. 가끔영어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은 통역의 힘을 빌렸다. 보첼리는 이탈리안답게 여자 얘기가 나오면 신이 나서 활기차게 대답했다.
-왜 당신은 제니퍼 로렌스와 셀린 디온 같은 팝가수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가.
“나는 음성을 사랑한다. 그것이 내 첫 번째 정열이다. 내가 가수가 된 것도 음악보다는 음성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훌륭한 음성들과 무대를 함께 하는 것을 영광이요 기쁨으로 여긴다.”
-그렇다면 당신 같은 출중한 음성과 다른 가수들의 음성에 차이가 없다는 것인가.
“차이는 음성의 질에 달려 있다. 음성의 질이 대단치 않은 가수들보다는 그것이 훌륭한 가수들과 노래를 부르는 것이 물론 더 낫다. 왜냐하면 그에 의해 내가 고무되기 때문이다.”
-왜 오페라 가수가 다른 가수들보다 월등하다고 인식되는가.
“그것은 오페라 창법이 오랜 세월을 통해 기술적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오페라 가수는 오케스트라의 벽을 뛰어 넘어 음정을 고르게 지키면서 극장 맨 끝 좌석에까지 들리도록 노래를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오페라가 수백 년에 걸쳐 지금까지도 존재하는 것이며 또 직접적으로 청중의 내장에 침투해 들어가는 것이다.”
-크로스오버 가수로서 당신은 클래시컬 뮤직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팝뮤직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가.
“난 크로스오버 가수라는 말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다. 내 생각으로는 그들은 클래시컬과 팝뮤직 사이에 새 스타일을 만들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난 다르다. 나는 오페라를 부를 때는 오페라 언어로 최선을 다하고 팝을 부를 때는 내가 테너라는 것을 잊는다. 그렇지 않으면 우스꽝스런 노래가 나온다. 카루소와 질리와 델모나코 그리고 파바로티 등 많은 유명 가수들도 다 가요를 훌륭하게 불렀다. 그러니 왜 나라고 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팝을 불러 오페라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극장으로 데려갈 수 있다는 효과도 있다.”
-영화음악은 어떻게 선정했으며 왜 할리웃에서 노래했는가.
“LA가 영화와 영화음악의 본거지이기 때문이다. 선정은 영화음악의 걸작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로 했다. 나는 어렸을 때 시나트라가 부르는 ‘문 리버’와 ‘올드 맨 리버’ 그리고 마리 오란자가 부르는 ‘비 마이 러브’ 등을 자주 들었는데 이 노래들은 모두가 걸작이다.”
-이틀 후 가질 파바로티 추모 콘서트에 관한 소감은.
“마에스트로 파바로티는 내게 있어 아주 중요한 사람이다. 우리는 같이 노래에 관해 많은 것을 자주 얘기했다. 내가 해외여행 할 때도 난 그에게 전화를 걸어 얘기를 오래 나누곤 했다.
그래서 나는 그에 대해 달콤한 기억을 갖고 있다. 나는 그를 인간과 가수로서 모두 좋아한다.
내 아이폰에는 그의 노래 전곡이 담겨 있다. 그런 예술가의 특권은 레코드를 통해 결코 죽지않고 우리의 삶에 남는다는 것이다.”
-파바로티는 테너는 자연 음성이 아니고 스스로 찾아 얻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테너는 처음부터 공부해 갖춰야 하는 기술이다. 오페라 가수의 창법은 아기가 소리 질러우는 것과 같은 것이다. 아기처럼 오페라 가수도 목소리를 잃지 않고 하루 종일 울 수 있다.
문제는 말을 할 줄 알게 되면 노래의 기술을 잊게 된다는 것이다. 말하는 것은 노래 부르는 것의 적이다. 따라서 오페라 가수가 할 일이란 자연이 그에게 준 것을 다시 배우는 것이다. 갓난아이가 우는 것을 보면 그의 입이 테너가 고음을 부를 때와 같은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것은 정말로 진실이다. 내 아이 에이모스가 아기 때 울면 나는 가끔 그의 목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목이 움직이는 것을 공부했다. 한 번은 아이가 토하기까지 했다.”
-목소리의 힘이란 어떤 것인가.
“예술은 인간이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서로 대화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이다. 목소리에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과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특별한 언어가 있다. 가수의 노래를 듣고청중의 누군가가 눈물을 흘린다면 바로 그것이 목소리의 힘이다.”
-러시아 음악을 좋아하는가.
“러시아는 노래의 오랜 전통을 지닌 나라다.
따라서 가수들이 많은데 특히 베이스와 소프라노들이 많다. 노래 외에도 나는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하는데 나는 그들이 쓴 책을 다 읽었다. 곧 톨스토이의 무덤을 방문하기를 꿈꾸고 있다.”
-당신은 여러 나라 언어로 노래하는데 어떻게 다른 언어에 적응하는가.
“듣는 귀가 좋으면 어렵지 않다. 각 언어는 각기 소리가 달라 좋고 또 아름답다. 영어는 매우 음악적이다. 그러나 그것의 문법은 질색이다.”
-아까 말한 ‘말하는 것은 노래의 적이다’라는 것이 정확히 무슨 소리인가.
“말을 많이 하면 음성을 빼앗기기 때문에 가수는 침묵을 종일토록 지켜야 한다. 모든 위대한 가수들이 다 그랬다”
-여자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여자들이 내게 가장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은 그들이 갖춘 여성적인 면이다. 여자로서의 욕망과 기쁨을 말한다. 남자가 갖고 있는 것을여자는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둘은 늘 이끌리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여자가 보다 여성적일 경우 더 좋아한다. 그밖에도 음성과 피부 등 좋아할 점이 많다.”
-여성적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아주 어려운 질문인데 다음과 같은 일화로 답을 대신하겠다. ‘여자들에 관해 내가 이해한 모든 것’이라는 책을 쓴 천재가 있다.
300쪽 짜리인데 열어 보니 전부 백지라는 것이다. 기찬 아이디어다.”
-당신이 지금 가진 것 외에 더 갖고 싶은 것이 있는가.
“특별히 기대하는 것이 없다. 이미 내 현실이 내 꿈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바란다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난 행운아로 매일 하늘에 감사한다.”
-집에선 어떻게 지내는가.
“하루가 매일 다르다. 칸트처럼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았으면 좋겠다. 난 거의 매일 다른 도시에 살면서 침대와 식당과 음식을 바꾸어가며 산다. 여자만 안 바꾸는데 그것을 바꾼다면 재미있을 것이다.” (인터뷰에는 그의 부인 베로니카도 참석 옆에서 지켜봤다)
-당신이 예전에 돈 호세로 나온 ‘카르멘’ 음반지휘는 한국의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했는데 그와 친한가.
“난 그를 잘 안다. 우린 아주 중요한 두 번의 녹음을 했는데 하나는 ‘신성한 아리아’ (Sacred Arias)다. 아마 내 클래시컬 음반 중에 가장 많이 팔렸을 것이다. 그 때 내 음반회사는 누가 그런 것을 듣겠느냐면서 취입을 원치 않았었다.
그런데 500만장이 팔렸다. ‘카르멘’은 파리에서 녹음했다.”
-멋쟁이인데 옷은 누가 골라주는가.
“내 스타일리스트와 베로니카다.”
-당신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는데 인상이 어땠는가.
“내가 그에 대해 말할 자격은 없지만 그는 신의 사람이라는 것이다. 겸손하고 지적이며 총명하고 강하다. 그가 교황이 되고 TV에서 말하는 것을 처음 듣고 나는 울었다. 그의 음성속에서 매우 심오한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사람을 가진 것은 우리 모든 인류에게 행운이다.”
-언제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을 알았는가.
“어렸을 때 기숙사학교에 다닐 때다. 그 때연말 쇼가 열렸는데 누군가 나보고 노래를 부르라고 앞으로 밀어냈다. 그런데 청중이란 것이 온통 내 또래의 아이들어서 장내는 아수라장이었다. 나는 ‘오 솔레 미오’를 불렀는데 아이들이 계속해 떠들어 첫 부분은 아마 듣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노래의 첫 고음을 부르자 장내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었다. 노래가 끝나자 아이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환호를 보냈다. 그것이 내가 내 안에 무언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첫 경우다. 그 후 나의 선생님이 내게 ‘네 음성은 네 특기가 아니라 신의 선물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여러 번 말했다. 그 후 나는 지금까지도 그 말을 내 신념으로 삼고 있다.
지금은 옛날보다 더 그 말이 내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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