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무 성과 위해 동료 간 비판, 고자질 장려
▶ 적자생존 원칙 적용… 일 못하면 바로 퇴출
회사 피크닉에 참여한 아마존 직원들과 가족들.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면 눈치가 보이는 회사 분위기 때문에 이직을 고려하는 아빠들이 적지 않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CEO. 창업 20년만에 아마존은 월 마트를 넘어서는 최대 소매업체가 되었다. 직원들을 능력 이상으로 쥐어짜는 경영방식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아마존 직원들 자칭 ‘일하는 로봇’]
시애틀의 아마존 본사에는 월요일 아침이면 신입사원들이 길게 줄을 선다. 아마존의 독특한 근무 철학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받기 위해서이다. 그들이 우선 듣는 말은 이전 것은 잊어버리라는 것이다. 과거의 직장에서 익혔던 좋지 않은 습관들은 모두 잊어버리라는 것이다. 오로지 앞만 보며 달려가다 벽을 만나면 해법은 하나, ‘벽을 기어오르라’는 것이 아마존 식 일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아마봇(아마존 로봇)’이라고 불릴 정도로 직원들이 기계처럼 일만하게 내몰리는 아마존의 살벌한 기업문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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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서는 화합이나 조화 같은것은 없다. 회의석상에서 동료의 아이디어를 가차 없이 비판해 발기발기 찢어버리는 것이 잘 하는 일로 여겨진다. 일은 퇴근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자정이 지나서도 이메일들이 들어오고, 답이 없으면 왜 답이 없느냐고 텍스트 메시지들이 이어진다.
사내 전화번호부에는 다른 직원에 대한 생각을 보스에게 어떻게 은밀하게보낼 수 있는 지를 상세히 알려주는 조항이 있다. 물론 다른 직원들을 깎아내리는 데 자주 이용된다. 거기에는 샘플도 제시되어 있다. "그가 너무고지식한 데다 사소한 업무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평하는 게 좀 염려스럽다”는 식의 샘플이다.
월요일이면 모여드는 신입사원들중 많은 수는 몇 년 후면 없을 것이다. 아마존에서 승자와 패자는 확연하게 갈린다. 승자는 2억5,000의 고객들에게 펼쳐 보일 혁신을 꿈꾸며 치솟는 주가에 힘입어 작으나마 부를 일구고, 패자는 스스로 떠나거나, 일종의 적자생존 원칙에 따라 연례 직원 선별 과정에서 해고된다.
암이나 유산 등 개인적 어려움이 닥치면 각오를 해야 한다. 이럴 경우 사측으로부터 몸을 추스릴 시간을 부여받는 대신 업무 성과 부족으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드론을 이용한 배달 등 혁신적 실험들로 유명한 아마존이 사내에서 하는 실험이 있다.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은 실험, 바로 화이트칼라 직원들을 얼마나 밀어붙이며 일을 시킬 수 있는가 하는 실험이다. 아마존은 다른 기업들이 립 서비스로라도 내세우는 달콤한 직원관리 원칙들을 아예 거부한다. 대신 직원들은 창업자이자 경영주인 제프 베조스의 끝없는 야망을 성취해줄 기계처럼 부려진다.
서적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다 2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보 올슨은 사무실에서 사람들이 우는 모습을 자주 보곤 했다고 말한다. 회의실을 나오면서 다 큰 어른 남자가 얼굴을 가리는 모습이다. 같이 일한 동료들 거의 모두가 책상에서 우는 걸 보았다고 그는 말한다.
직원들을 최대한 쥐어짜낸 덕분에 아마존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하다. 지난달 아마존은 시장가치 2,500억 달러로 미국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를 능가했다. 그리고 베조스는 지구상 5번째 부자로 평가되었다.
아마존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거의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다. 사내의 일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 것을 규칙으로 하고 있다. 하급 직원들도 입사할 때 비밀을 지킨다는 내용의 긴 조항에 서명을 한다.
뉴욕타임스가 전 현직 아마존 직원들 100여명과 인터뷰한 바에 의하면 이들은 아마존의 살인적 근무 문화와 뭔가 혁신적인 것을 창조하는 스릴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느라 무진 애를 써야 했다.
아마존에서 성공한 직원들은 자신의 한계라고 생각했던 것을 넘어서도록 회사가 가혹하게 밀어붙인 덕분이라고 말한다. 한편 너무 지독하게 몰아붙이는 분위기를 받아들일 수 없어서 아마존을 떠난 사람들 중에는 나중에 자신이 아마존 식 근무방식에 중독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마존은 어떤 의미에서 변화하는 근무 문화를 일찌감치 받아들인 케이스이다. 제프 베조스는 일찍부터 매사를 데이터에 기반해 결정을 내리곤 했다. 1994년 아마존 창립 때부터 그는 기업을 망가트리는 요소들을 철저하게 배격하겠다고 결심했다. 관료주의, 방만한 지출, 엄하지 않고 느슨한 분위기 등이다. 회사가 커지면서 그는 자신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근무 원칙들을 명문화했다. 아마존 직원들이 지켜야할 14개 조항의 근무 지침서이다.
예를 들어 제5조항은 ‘최고를 뽑아 최고로 만들라’이다. 최고 엘리트들이 들어와 서로가 서로를 뛰어넘으려 무섭게 경쟁하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성과를 이루어 내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직원들의 업무성과는 정확하고 투명하게 측정된다. 아마존에서 이상적 직원은 ‘선수’로 묘사된다. 지구력, 속도, 성취도,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능력 등이 각 선수의 성적을 매기는 요소가 된다.
아마존 캠퍼는 다른 하이텍 거대기업들과 일견 비슷하게 보인다. 강아지를 환영하는 사무실 분위기, 젊은 남성 위주의 직원들, 구내 파머스 마켓, 요란한 포스터 등이 그렇다. 하지만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이 직원들을 가족처럼 돌보는 기업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예를 들어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직원들을 위해 체력 단력장을 만들고, 공짜 식사를 제공하며,아기가 새로 태어난 직원에게 축하금을 지급한다.
아마존에서는 성과를 내고 경쟁에서 이긴 사람들에게만 주식 등으로 보상을 한다. 직원들은 철저한 근검절약 원칙을 받아들여야 한다. 근무조항 제 9조의 내용이다. 책상에는 아무 장식도 없고, 셀폰이며 여행 경비는 종종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공짜 점심이나 간식 같은 것은 없다. 오로지목표는 고객의 만족을 끌어내는 것.
제1항은 ‘고객에 집착하라’ 이다.
베조스의 경영 원칙 중 특이한 것은 조화를 믿지 않는 것이다. 그는 직장에서 조화가 너무 과대평가 되어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정직하게 비판하지 못하고, 결함이 있는 아이디어에도 칭찬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마존에서는 동료의 아이디어에 반대하며 가차없이 비판하는 것을 장려한다. 그래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탁월한 아이디어들이 나오기도 한다.
테크놀로지 기업들이 다투어 내놓는 가족 친화 정책에도 아마존은 관심이 없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자녀가 태어날 경우 최고 1년까지 유급 휴직을 제공한다. 아마존에 자녀출산으로 인한 아버지 유급휴직은 없다. 가족과의 시간을 줄이라는 상사나 동료들의 압박 때문에 회사를 떠난 아빠, 떠나려고 생각 중인 아빠들이 적지 않다.
그나마 직원들이 일찍 아마존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1년 이내에 사직할 경우 근무 계약시 받은 보너스중 일부, 2년 내에 그만둘 경우에는 취업 시 지급 받은 이주비용 중 일부를 반환해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직률은 대단히 높아서 직원들 중 5년 이상 근무자는 15%에 불과하다. 입사해서 뼈 빠지게 일하다 지치면 나가고, 다시 새로운 인력이 들어와서 일하다 지치면 나가는 식이라는 비판이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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