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졸자들 자산 증가 저학력자는 대폭 감소... 인종별 소수계 타격 커
▶ 주택시장 붕괴 충격 북동부가 서부보다 커... 반등으로 1989년 회복
[경제위기 이후 더 심화된 ‘부의 불평등’]
미국 가정의 순자산(net worth)은 2013년 사상 최고점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부의 불평등’(wealth inequality) 역시 정점을 찍었다. 늘어난 자산가치가 대부분 최상위 소득계층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1989년부터 2013년에 이르는 25년간 자산가치 변동추이를 추적한 연방준비은행(Fed)은 연령, 학력, 인종, 지역별로도 부의 편중현상이 가중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소득계층별 불평등 심화
연방준비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상위 40%에 속한 소득집단의 중간 순자산(median net wealth)은 1989년 이후 25년 사이에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그 아래 60%에 속한 소득그룹의 중간 순자산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순자산이란 부동산, 주식, 보험, 주택, 자동차 등 개인 혹은 가정이 소유하고 있는 유·무형의 재산 총액에서 부채를 제한 금액이다.
중상층 이상 소득그룹 내에서도 자산 증가폭은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가팔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1989년 최상위 10%의 중간소득은 70만2,200달러에서 2013년 113만700달러로 치솟으며 무려 6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40~59%의 소득그룹에 편입된 계층의 중간자산은 1989년의 7만5,300달러에서 2013년 6만1,700달러로 18.1% 감소했다.
이처럼 부의 성장이 상위 40% 이상의 소득계층에 국한됐고 그 이하 계층에서는 오히려 후퇴했으며 중간 순자산 증가폭이 상위단계로 올라갈수록 두드러졌다는 사실은 계층 간 불평등이 심화됐음을 시사한다.
▲ 중년층 자산 반토막
65세 이하 전 연령대에 속한 미국인의 순자산은 기준년도인 1989년 이후 현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낮은 연령층에 속한 사람들은 자산을 축적할 시간이 짧았고 중년층에 속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2000년대로 접어든 이후 비싼 가격에 내 집을 장만했다가 부동산 거품 붕괴로 자산가치가 반 토막이 났다.
이같은 사정을 반영하듯 35~44세 중년이 이끄는 가정이 해당기간 모기지 부채 증가로 54%의 자산 감소를 경험했다.
1989년 이들 중년층 가정의 중간 모기지는 7만2,000달러, 중간 주택가치는 14만5,000달러였으나 2013년에는 주택가치가 17만달러로 오른데 비해 모기지는 14만달러로 2배나 늘어났다.
▲ 자녀 거느린 기혼부부 타격
결혼한 커플의 자산은 싱글에 비해 여전히 높다. 그러나 상당수의 중산층 가정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된 이유는 자녀를 거느린 기혼 커플의 자산이 경기침체를 거치면서 1989년에 비해 뒷걸음질 친데 기인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자녀가 없는 기혼 커플의 자산은 경기침체기에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고 이에 따라 1989년 당시에 비해 2013년의 살림살이가 더욱 윤택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없는 기혼부부의 중간자산은 20만700달러에서 21만3,800달러로 6.5% 늘어났다. 반면 자녀를 거느린 기혼 부부의 중간자산은 1989년의 11만2,100달러에서 2013년 9만2,400달러로 17.6% 감소했다.
▲ 학력별 차이 뚜렷
교육수준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도 확대됐다. 학력을 기준으로 구분한 그룹들 가운데 대학 졸업장 소지자 그룹만이 1989년 이후 유일하게 부의 증가를 일군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비례관계를 보인다는 사실이 또다시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고교 중퇴 이하의 저학력층과 일부 대학과정 이수자 그룹의 자산은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일부 대학 이수자들의 자산이 크게 위축된 이유는 학비 융자금 상환이 소득증가를 가로막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번듯한 대학이 아니면 아예 대학을 다니지 않는 편이 차라리 나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대학을 졸업한 그룹의 중간 순자산은 1989년 20만700달러에서 2013년 21만9,400달러로 9.3% 늘어났다. 반면 일부 대학교육을 받은 그룹의 중간 자산가치는 25년 사이에 8만3,100달러에서 4만6,900달러로 43.6% 곤두박질쳤다.
고교 중퇴 이하의 저학력층 자산은 1989년 4만3,600달러에서 1만7,100달러로 60.8% 급락했다.
▲ 인종별 격차 여전
비백인 유색인종 그룹과 히스패닉의 중간 순자산은 지난 20여년 간 50% 가까이 증가했지만 2013년을 기준으로 볼 때 백인들과는 여전히 12만3,000달러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2007년 이후 경기침체기에 소수인종 그룹의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인종그룹은 소수계로 이들의 순자산 가치는 43%가 축소됐다. 이에 비해 리세션으로 인한 백인들의 순자산 감소폭은 26%에 머물렀다.
비백인 유색인종 그룹 및 히스패닉의 1989년 중간 순자산은 1만2,100달러에서 1만8,100달러로 49.6%, 히스패닉이 아닌 백인의 중간 순자산은 같은 기간 12만8,600달러에서 14만2,000달러로 10.4%가 각각 늘어났다.
▲ 자영업자-종업원 차이 벌어져
자영업 종사자들이 1989년 이후 17%의 중간 순자산 증가를 기록한 반면 피고용 근로자들 자산은 10% 감소했다. 자영업자들은 경기침체가 끝난 후 2010년에서 2013년 사이에 가장 강력한 반등세를 기록한 ‘희귀 집단’에 속한다.
이는 자영업자들의 비즈니스 에퀴티로 상당한 규모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즈니스 에퀴티에 속한 순자산은 주식과 마찬가지로 경기 회복기에 주택보다 훨씬 빠른 가치 상승세를 보인다.
자영업자들의 중간 순자산은 1989년 30만6,700달러에서 2013년 35만8,900달러로 17% 성장했다. 고용직 근로자들의 중간 순자산은 같은 기간 6만8,600달러에서 2013년 6만2,000달러로 9.6% 감소했다.
▲ 직종 구분 없이 자산감소
관리직과 전문직 근로자들이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의 거품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았지만 경기침체로 자산 증가분의 상당폭을 내주었다. 그러나 이들은 기술, 세일즈, 서비스와 기타 업종 종사자들에 비해 자산가치 면에서 월등한 위치를 고수했다.
관리직 종사자들의 2013년도 중간자산은 1989년의 수준에서 2% 감소했지만 기술, 세일즈, 서비스 업종 근로자들이 같은 기간 기록한 35%의 자산 축소폭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이들을 제외한 기타 업종 종사자들의 순자산은 25년간 26%가 졸아들었다.
관리직 및 전문직 종사자들의 중간 순자산은 1989년의 19만6,300에서 2013년 17만9,300달러로 8.7% 축소됐고 기술, 세일즈, 서비스 업종 근로자들의 중간 순자산은 1989년의 4만9,100달러에서 2013년 3만1,800달러로 35.2% 감소했다.
▲ 전 지역 ‘주택거품 붕괴’로 타격
전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은 북동부로 나타났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중서부와 북동부의 거주자들은 순자산이 1989년 수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타지역에 비해 성장속도가 빠른 서부와 남부 역시 리세션으로 충격을 받았지만 주민들의 중간 순자산은 1989년 수준 위에 머물렀다.
중서부 주민들의 중간 순자산은 1989년의 9만2,500달러에서 2013년 7만5,900달러로 20% 떨어졌다. 북동부 지역 거주자들의 순자산가치도 1989년 15만7,900달러에서 12만9,800달러로 25년 사이에 17.8% 감소했다.
서부지역 거주자들의 순자산 가치는 8만2,800달러에서 8만6,600달러로 4.6%, 남부 주민들의 중간 순자산은 같은 기간 6만8,300달러에서 6만9,500달러로 8.9%의 증가했다.
▲ 광역도시-비 광역도시 역전
광역도시(metropolitan city) 주민들의 자산은 주택시장 거품기에 급증세를 보이다가 거품이 터지면서 허물어졌다. 비 광역도시에 비해 대도시 집값 상승세가 훨씬 빨랐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었다.
그러나 메트로 지역 가정의 중간 자산규모는 주택시장 거품붕괴 후 반등기를 거치면서 이제 거의 1989년 수준을 회복했다.
한편 비 광역도시들은 주택경기 과열을 피해갔지만 1980년대 이후 집값이 광역도시에 비해 훨씬 더딘 속도로 상승했고, 지역 주민들의 자산가치도 10여년 이상 계속 뒷걸음질을 치면서 광역도시에 역전을 허용했다.
1989년의 광역도시 중간 순자산은 8만3900달러였지만 2013년에는 8만4,700달러로 1% 늘어났다. 비 광역도시 중간 순자산은 1989년의 8만9,300달러에서 6만8,000달러로 23.9% 급감했다.
▲ 주택소유주
주택소유주들의 순자산 가치는 1995년에서 2007년에 이르는 기간 평균 10만 달러 이상 치솟았지만 주택시장 붕괴로 6만달러 이상이 떨어져 나갔다. 부동산 자산이 없는 세입자들은 별다른 재산 변동을 겪지 않았다.
세입자들의 자산은 1989년 3,500달러에서 2013년 5,400달러로 54.1% 늘어났다. 이에 비해 주택소유주들은 18만1,300달러에서 19만5,400달러로 7.8% 증가하면서 세입자들과의 격차를 크게 벌려놓았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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