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 여성 경찰 총격에 사망... 직장 잃고 가정도 잃은 경찰
▶ 마약 밀구입 용의자 전속력 차량후진에 “위협”... 검찰수사 결과 2급 살인혐의, 정당방위로 기각
불과 2.5초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유타 주 웨스트밸리 시티 경찰국 션 카울리 수사관이 ‘위협’이라고 판단한 후 9밀리 글록 권총을 빼들고 두 발을 쏘기 까지는 2.5초밖에 걸리지 않았다.그 2.5초 동안 한 발이 자동차 유리창을 뚫고 들어가 운전자 대니엘 윌러드의 머리에 박혔다. 그 2.5초는 윌라드의 생명을 앗아갔다. 그 2.5초는 카울리의 삶도 곤두박질치게 했다.“그 총격은 내게서 모든 것을 잃게 했지요. 순간의 결정이 나 자신을 무사히 귀가시킬지, 누군가를 귀가하지 못하게 할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엄청난 부담이지요”
공무집행 중 사람을 죽이게 되는 경찰이나 그렇게 죽은 사람의 유가족이 직면하는 이슈는 항의시위나 소셜미디어에 달아오르는 분노, 계속되는 뉴스보도 등을 훨씬 넘어서는 문제다.
웨스트밸리 시티 경찰국에서 9년 동안 근무한 카울리는 자신의 본능적인 반응이 자신과 자신의 파트너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결정은 그 자신에게 형사 기소와 재정적 파멸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편 대니엘 윌라드의 가족들에게 그날의 총격은 쾌활한 21세짜리 딸을 잃은 혼란과 분노와 슬픔을 남겼다.
백인경찰 대런 윌슨이 비무장 흑인 청소년 마이클 브라운을 총격 살해한 퍼거슨 사태와 뉴욕경찰 대니얼 판탈레오가 비무장 흑인 남성 에릭 가너를 목조르기 제압으로 숨지게 한 사건 이후 경찰의 치명적 무력 사용은 전국적으로 철저한 수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카울리의 케이스에선 인종은 문제되지 않았다. 카울리도 윌라드도 모두 백인이기 때문이다.
연방수사국 통계에 의하면 매년 최소한 400건의 경찰에 의한 총격 살해가 보고된다. 그러나 이 수치는 자발적 보고에 근거한 불완전한 데이터에서 나온 것이다.
2012년 11월2일 당시, 카울리(34)는 2년째 웨스트밸리 시티 경찰국의 마약단속반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솔트레이크 시티 교외 인구 13만5,000명의 웨스트밸리에서 헤로인과 필로폰 단속에 투입된 6명 수사관 중 한명이었다. “마약거래가 성행해 매우 바빴다”고 그는 말했다.
사건이 발생했던 그 금요일, 백인우월주의자 갱이 헤로인과 총기를 파는 것으로 의심되는 집 앞에서 카울리는 벌써 1주일 넘게 잠복근무 중이었다.
아래 상황은 카울리와의 인터뷰, 솔트레이크시티 검찰청의 보고서 및 판사의 서면 결정서를 토대로 재구성 한 것이다.
카울리는 용의자의 집 앞, 표시가 안 된 수사차량 안에 있었다. 그의 파트너 케빈 새먼은 길 건너 한 주차장에서 또 다른 차안에 있었다. 45분 쯤 후 새먼이 은빛 수바루 자동차가 주차장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알려왔다. 한 남자가 그 집에서 나와 수바루 자동차에 타는 것을 두 수사관 모두 보았다. 남자는 약 30초가량 있다가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차에서 나온 카울리는 수바루의 운전석 쪽으로, 새먼은 옆 좌석 쪽으로 다가갔다. “그녀(운전자)는 즉각 쳐다보더니 무언가를 입 속에 넣었다”고 카울리는 말했다. “우린 그녀가 헤로인을 삼키려는 것으로 믿었지요”카울리는 그녀에게 총을 겨누며 “차에서 내리라”고 소리쳤다. 그녀는 무시했다. 차문은 잠겼고 차는 시동이 걸린 채였다. 그녀가 자동차를 후진하려는 듯이 기어로 손을 움직이는 것을 두 수사관 모두 보았다. 새먼은 차 유리창을 깨려했으나 실패했다. 쇠지렛대를 가져와 유리를 깰 작정으로 카울리는 총을 권총집에 넣고 자신의 차로 향했다. 끼익-하는 타이어 소리를 들은 것은 그 순간이었다.
“그녀의 차가 후진으로 날 향해 덤벼드는 것을 보았습니다” 카울리는 그녀가 이미 파트너 새먼을 차로 치였다고 생각했다. “난 그새먼이 죽은 줄 알았습니다. 나도 이제 죽는구나, 날 향해 달려오는구나 …라고 생각했지요”그는 총을 꺼내야겠다고 결정한 것은 생각나지 않지만 총을 쏜 것은 기억한다. 총소리와 자동차 유리창이 부서지던 소리도 기억한다.
그는 잠깐 동안 정신이 아득했다. 넘어진 자세로 무릎에 통증을 느끼며 정신을 차린 그는 자신이 자동차에 치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의 조사결과 차에 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는 후진하며 다른 차를 들이받았고 운전자 윌라드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카울리와 새먼은 유급정직 처분을 받았다.
수사를 담당한 솔트레이크 검사장 심 길이 9개월 후인 2013년 8월 발표한 보고서는 그날의 총격이 정당방위가 아니었다고 결론지었다. 카울리와 새먼 모두, 차가 달리는 동안 충돌할 수 있는 지점에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시 결과 윌라드의 시신에선 마약이 검출되지 않았다. 헤로인이 담긴 작은 봉투가 운전석 차문 포켓에서 발견되었을 뿐이다. 10개월 후 길 검사장은 카울리를 살인혐의로 기소했다.
경찰은 카울리의 차 트렁크에서 지나간 다른 사건들의 증거들을 발견했고 증거의 부적절한 관리 등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마약단속반에 대한 감사가 실시되었다. 관리 부실과 부패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검찰은 100여건의 마약케이스를 수사 중단시켰고 마약단속반은 해체되었으며 경찰국장도 건강을 이유로 사임했다.
신임 경찰국장이 취임하면서 카울리는 증거물 부적절 관리를 이유로 해임 당했다. 그러나 카울리와 그의 변호팀은 카울리가 마약단속반 문제의 희생양이 되었다고 주장하며 복직투쟁에 돌입했다.
카울리 케이스의 예심은 2014년 10월, 사흘 동안 열렸다. 마지막 날, 제3 지방법원 L.A. 디버 판사는 카울리가 무모하게 행동했다는 증거도, 총격이 정당방위가 아니라는 증거도 없다면서 케이스를 기각시켰다.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윌라드의 가족은 지난 2월 140만 달러의 배상금을 받고 합의했다. 시당국은 어떤 잘못도 인정하지 않았으며 합의의 조건에 따라 유가족은 “경찰에 대해 아무런 비방도 하지 않기로” 했다.
카울리는 아내와 별거에 들어갔으며 의료장비 고치는 일을 하고 있다.
무너져버린 자신의 삶을 추스르려고 애쓰는 요즘, 카울리는 불과 2.5초에 두 사람이 잃어버린 모든 것에 대한 부담을 안고 매일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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