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한인’으로 돌아온 박찬호
▶ “주로 LA에 머물고 오말리 전 구단주도 가끔 만나 힘들 때마다 한인들 사랑이 큰 힘이었음 새삼 느껴 젊은이들 안주 말고 끊임 없는 자기 채찍질 필요”
은퇴 후 LA 한인이 된 박찬호 선수가 한국과 메이저리그 야구의 교류 발전을 돕는데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박상혁 기자>
‘그’가 돌아왔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이자 미국 프로야구에서 아시아 출신으로는 최다승인 124승의 대기록을 세워 한국 야구에 가장 큰 획을 그은 개척자이자 선구자, 박찬호(41) 선수다.
LA 다저스의 원조‘코리안 특급’이던 그가 이제는 제2의 고향과도 같은 LA에 머물며‘LA 한인’이 됐다. 그는 3년 전인 2012년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한인들의 가슴에는 박찬호‘선수’로 여전히 남아 있다.
본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박찬호 선수는 요즘 야구 경영 및 행정분야 공부에 푹 빠져 있다며“한국 야구가 선진화된 메이저리그와 더욱 활발히 교류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즘 근황은.
▲LA에서 주로 머물며 아이들 돌보고 아내 가사일 도와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야구 관련) 공부를 하면서 야구인들과도 자주 만난다.
-LA가 제2의 고향일 것 같은데.
▲요즘 대부분은 LA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피터 오말리 전 LA 다저스 구단주와 공동 파트너로 운영하고 있는)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의 ‘히스토릭 다저타운’에도 자주 간다. 하지만 대부분 생활은 LA가 중심이다.
-지난달 미 프로야구 스카우트 재단으로부터 ‘야구 개척자상’(Pioneers of Baseball)을 받았다. 어떤 의미가 있나.
▲제가 야구 개척자상을 받은 것은 일종의 ‘문’을 연 셈이다. 앞으로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선수가 더 나은 혜택을 받고 한국 야구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 사람들이 제가 한 일을 기리기 위해 선구자상을 줬다는 사실에 보람과 책임을 느낀다. 후배들이 메이저리그와 더 큰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발판을 더 다지고 싶다. 선배로서 역할을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LA 다저스에 1994년 입단해 미국 진출한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야구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항상 어려운 고비도 있었고 기쁘고 고마운 시간도 많았다. 어려운 고비가 있을 때마다 그 순간이 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데 절망이라는 생각을 할 때 다시 용기와 희망으로 반전시키고 재기할 수 있었다. 어려웠던 고비의 순간들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여러 곳에서 강연하고 사람들과 후배들 만날 때 항상 어려웠던 지난 시간의 이야기를 많이 해주는 것 같다. 그래야 사람들과 후배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희망과 용기를 주지 않을까 싶어서다. 어려웠던 시간이 기뻤던 시간보다 더 오래 남는다. 그 때 시간들이 인생으로 봤을 때 값지고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수업이었다. 감사하게 느낀다. 기뻤던 순간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낄 때다.
-2년 전 낸 자서전 책 제목이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였다. 야구 현역에서 은퇴한 후 “세상이 더 커 보이고 스스로 자유로워져 새로 시작할 수 있었다”고 했는데 은퇴 후 가장 보람을 찾는 일은 무엇인가.
▲사실 은퇴 결정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위치였기에 그 일을 접는다는 일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젠 좀 더 성숙해지고 어른이 된 입장에서 미래를 바라봤을 때 결정이 필요했다. 끝이 있으면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다. 제가 어떤 끝을 만들었으니 저한테 자유를 주는 시간도 중요하다. 제 끝(은퇴)은 어떤 집착을 내려놓고 자유를 갖게 한 시간이다.
-젊은이들을 위한 ‘멘토’로 각광받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강조하는가.
▲젊은 사람들이 어떤 훌륭한 사람의 강연을 듣는다면 ‘질문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 사람은 왜 훌륭한 사람이 됐을까를 궁금해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저도 질문을 많이 한다. 훌륭한 사람들 대부분 어려움을 극복하고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도전과 희망을 잃지 않았다는 말을 한다. 많은 사람들 각자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그 길은 나쁜 게 아니고 좋고 감사할 일이다. 훌륭한 사람으로 되어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이 미칠 것 같으면 한 번 웃어라. 현재에 안주하고 편안하다면 자신을 채찍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은 성장해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는 자신을 더 호되게 채찍질 하라고 말하고 싶다.
-류현진과 추신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자리를 잡았다. 강정호 선수도 피츠버그에 합류하는 등 한국 야구 후배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늘고 있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그 친구들이 노력도 많이 했고 꿈을 위해서 도전하는 길이다. 분명 지금 여기까지 진출하는데 좋은 일도 많았을 것이다. 반면 좋았던 만큼 어렵고 고된 시간도 올 것이다. 그런 시간을 같이 준비하라고 말하고 싶다. 좋은 것만 보면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그것을 이겨내려는 마음이 무겁고 정말 힘들다.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를 준비하면 딛고 일어설 수 있다. 능력을 아끼지 말고 최선을 다해 달라. 또한 지금 하는 일이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길 바란다.
-오말리 전 구단주와 각별한 사이인데, 박찬호에게 오말리는 어떤 사람인가
▲저를 새롭고 거대한 야구의 무대에 진출시켜 준 분이다. 미국에 와서도 제가 포기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도록 늘 후원을 해줬다. 구단을 매각하고 떠나서도 저에게 양아버지 역할을 해주셨다. 미국생활에 큰 영향과 도움을 받은 분으로 지금은 히스토릭 다저타운을 함께 운영하는 파트너다. 그분을 통해서 야구 경영과 행정을 배우고 있다. 히스토릭 다저타운도 더 알리고 보존하려 한다.
-앞으로 계획과 꿈이 있다면? 10년, 20년 후에는 무슨 일을 할 것 같나.
▲그건 잘 모르겠다. 지금은 아이들(세 딸) 교육과 양육에 더 많은 시간을 집중하려고 한다. 야구 경영과 행정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한국 선수와 한국 야구가 동시에 미국 야구팀과 교류하는 일이 중요하다. 한국 야구가 선진화된 메이저리그와 좋은 교류를 하도록 역할을 맡고 싶다.
-LA 한인들에게 박찬호 선수라는 이름이 각별하다. 한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한인들께 정말 뜨겁고 열정적인 사랑을 받았다. 제가 다저스를 떠나 다른 팀으로 갔을 때 오히려 한인 분들이 그리웠고 간절함도 느꼈다. 은퇴를 하고 나니 선수시절 한인들 사랑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하고 지나간 것 같아 굉장히 아쉽다. 지금은 류현진 선수가 한인과 야구인들에게 꿈을 주고 있다. 팬 입장에서 한국 선수를 응원한다. 한인들 열정과 뜨거운 사랑, 한인사회의 두터운 결속력 덕분에 더 많은 한국 선수들이 LA에서 활약하도록 한다. 항상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발전을 바란다.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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