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구 당 연 750달러 정도 절약… 혹한 지역은 수천 달러 경감
▶ 소득 낮을수록 에너지 지출비중 커... 미국인 40% 연 소득 4만달러 이하
<르위스턴, 메인> 월스트릿은 폭락하는 원유가격이 에너지 생산업체들이 미칠 영향 때문에 불안해 하지만 최근의 유가하락으로 미국의 근로계층과 은퇴자들은 상당한 혜택을 받고 있다. 이들은 5년 반에 걸친 경제회복의 실과를 맛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최근 연방에너지정보국은 떨어진 개솔린 가격으로 올해 미국의 통상적 가구들이 약 750달러 정도씩 절감혜택을 볼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1달 전 전문가들이 추산했던 것보다 200달러 늘어난 것이다. 또 겨울 난방을 난방용 오일에 의존하는 북동부와 중서부 지역 수백만 가구는 추가로 750달러 가량을 더 절약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학자 거이 버거는 “상위 10% 계층에게는 별 것 아닌 돈으로 보일지 몰라도 연 3만~4만 달러를 벌고 일하러 가기 위해 운전해야 하는 미국인들에게는 숨통을 터줄만한 액수”라고 말했다. 새로운 테크놀러지와 늘어난 기업 수익, 그리고 주택가격 상승, 대출금리 인하 같은 경제 트렌드들에 따른 혜택의 대부분은 기업들과 부유한 미국인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에너지 가격 하락은 저소득 계층에 커다란 혜택으로 돌아가고 있다. 연료에 들어가는 비용이 이들의 가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뉴잉글랜드 지역의 레귤러 개솔린 평균 가격은 갤런 당 2.35달러로 12월 초의 2.94달러에서 크게 내린 상태다.
특히 혹독한 추위가 몰아치는 메인 주의 많은 주민들에게 에너지 가격 하락은 더욱 큰 도움이 된다. 헬스에이드로 일하는 에이프릴 스미스와 월마트에서 일하는 에디 스미스 부부를 보자. 이들은 둘 합쳐 1년에 4만2,000달러 정도를 번다. 에너지 가격이 떨어지면서 이들은 4자녀의 식탁에 핫도그나 라면 대신 미트로프를 올릴 수 있게 됐다. 에이프릴 스미스는 “운 좋게도 개솔린과 연료, 식품 가격이 모두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들이 오를 때 스미스는 난방용 오일 구입을 위해 식품 구입을 줄여야 했다.
에너지 가격 폭락은 패자뿐 아니라 승자도 탄생시키고 있다. 2011년부터 2014년 중반까지 원유 가격이 배럴 당 90달러 이상을 유지하면서 호황을 누렸던 텍사스와 노스다코다는 가격폭락의 냉기를 체감하고 있다. 원유공급 파이프 제조업체 등 관련 업계 역시 그렇다. 그럼에도 경제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인한 관련 업계 타격보다 이로 인한 혜택이 더욱 광범위하게 느껴진다고 지적한다.
일반 가구 소비자들은 미국 국내 총생산의 65% 정도를 기여한다. 반면 원유와 개스 산업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 정도라고 바클레이스 경제학자 마이클 게이픈은 말했다. 더구나 소비자들은 보통 연료 절감에서 얻은 비용을 에너지 산업보다는 더 ‘고용 지향적인’ 산업부문에 지출한다. 요식업, 여행업, 소매업 등이 그것이다. 이들 업종에서 일하는 근로자비율은 13%에 달하지만 원유와 개스, 관련 업종의 고용 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근 미시건 대학이 발표한 소비자 신뢰지수 조사는 지난 11년 사이 최고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가격 하락이 주도한 소비물가 하락은 미국 근로자들이 임금정체를 좀 더 잘 견뎌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 가운데 메인 주처럼 오일 가격에 민감한 곳도 찾기 힘들다.
이곳은 곳곳에 블루칼라 타운들이 자리 잡고 있다. 아직도 경기침체의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다. 그동안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장일자리 감소로 심각한 타격을 받아 온 곳들이다.
이곳 주민들은 수입의 상당부분을 개솔린과 난방 오일 구입에 지출하고 있다고 주 정부 에너지국의 패트릭 우드콕은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에너지 가격이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평균적인 가구들은 연 3,000달러 정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는 “경기침체로 고통 받아 온 주민들에게 겨울철은 가장 혹독한 시기”라며 “주민들이 모처럼 좀 더 여유를 갖고 겨울을 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메인 주는 대부분 주택들이 낡고 비효율적으로 지어진 탓에 높은 에너지 가격의 영향을 크게 받아 왔다. 이런 주택들은 난방용 오일에 의존한다. 이런 주택이 전체의 거의 3분의 2에 달한다. 주택 개조를 위한 연방정부의 보조는 형편없다.
그러나 연료보조 비용으로는 3,500만달러에서 4,000만달러 정도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형편이 좋지 못한 가구들에 난방용 오일을 공급해 준다. 연료 가격에 떨어지면서 올해 가구 당 공급량은 많이 늘었다.
이런 지원은 미국 내 수많은 가구들에게 엄청난 혜택이 될 수 있다. 인구조사에 따르면 연 4만달러 이하 소득 가구가 전체의 40%에 달한다. 중산층도 혜택을 볼 수 있다. 역시 인구조사에 따르면 2013년 연소득 7만달러 미만 가구는 수입의 5.9%를 개솔린에 지출한 반면 연 소득 15만달러 이상 가구는 그 비율이 3.4%에 불과했다.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여력이 조금 생기면서 스미스는 지난해 겨울 청구서가 밀리면서 가져야 했던 두 번째 일자리를 그만두는 문제를 남편과 상의하고 있다. 저소득층 연료지원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이 가정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녀는 일주일에 60~80시간을 일한다. 자신이 키우는 손자를 포함한 4명이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청구서를 처리하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약간의 저축을 위해 당장은 계속 일을 할 예정이다.
스미스의 이런 두려움을 많은 가구들이 공통으로 느끼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게 되면 가계는 다시 쪼들리게 된다. 스미스는 “우리 같은 서민들은 반복되는 오름세와 내림세를 절감한다. 내리면 즐겁지만 다시 오를 것을 알기에 마냥 좋아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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