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벌리힐즈 초호화 거대 맨션들 신축 붐 안전·경관 문제 지적, 주민들 반대캠페인
▶ 2만 스케어피트‘메가 맨션’부순 자리에 9만 스케어피트‘기가 맨션’
베벌리힐즈의‘호텔 벨에어’에서 멀지않은 좁고 꼬불꼬불한 길이 끝난 곳에 언덕의 맨살이 드러난 것은 최근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녹색의 덤불과 아이비로 덮여있던 곳이다. 언덕 꼭대기는 깎이고 다져졌으며 각종 공사 장비들이 들어찼다.“거기서 한 5만 내지 6만 입방야드의 흙을 퍼냈을 것”이라고 캐딜락을 탄 인근 주민 프레드 로젠은 말했다. 티켓매스터를 운영했던 로젠은 최근 이 지역 주택소유주연맹 업무에 전념하고 있다. 거대 맨션 신축에 대한 당국의 승인이 나온 후 그가 중심이 되어 설립한 단체다. 완공이 되면 유리와 강철로 이루어진 거대한 9만 스케어피트 규모의 맨션이 들어서게 된다.
지난여름 LA비즈니스저널에 “LA에서 가장 큰 주택의 등장”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이 집은 영화 제작자에서 개발업자로 변신한 나일 니아미가 판매 예상가격 ‘1억5,000만 달러 규모’로 잡고 계획한 건설프로젝트다. 캔틸레버식 테니스코트와 5개의 수영장을 갖추게 된다. “하루에 무려 200대의 공사트럭들이 드나들고 있다”고 전한 로젠은 대규모 호화저택 신축이 한둘이 아니라면서 “이 언덕에서 1백만 입방야드 이상의 흙을 퍼내고 있는데 다음 지진이 발생할 때를 상상해보라. 제 정신들이 아니다”고 분개한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비싼 지역인 이곳엔 5개의 수영장을 가진 집만이 아니라 하이야트 리조트 사이즈의 집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대부분은 그 규모에 걸맞는 이름까지 붙여서 투기용으로 짓고 있는데 이같은 거대 프로젝트가 한때 나무가 많고 평온했던 동네를 온갖 공사차량의 소음과 먼지로 뒤덮인 주거지로 바꿔가고 있는 것이다.
“7만, 8만, 9만 스케어피트 집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2만 스케어피트의 집을 부수고 있는 것”이라고 LA시의원 폴 코레츠는 말한다.
‘메가 맨션’ 시대는 가고 ‘기가 맨션’시대가 온 것이다.
로젠의 동네엔 최근 한 카타르 시민을 위한 7만~8만 스케어피트 크기의 지중해식 맨션을 짓기 위한 공사가 시작되었다. 인근엔 40대 차량이 들어가는 지하 차고를 갖춘 ‘샤토 드 플뢰르’가 거의 완공되었다. 얼마 전 하이야트 호텔 상속자 중 하나인 앤소니 프리츠커도 베벌리힐즈에 거의 5만 스케어피트에 달하는 박스형 현대식 주택을 지었다. 유명한 개발업자인 모하메드 하디드는 각각 4만8,000 스케어피트 규모의 궁전 같은 저택 2개를 신축했다. 베벌리힐즈에 있는 ‘르 팔레이’는 백조 연못과 20명이 동시에 들어가는 자쿠지를 갖추었고 벨에어에 위치한 ‘르 벨베데레’엔 터키식 목욕탕과 250명 규모의 볼룸이 있다.
도대체 왜 이들은 쇼핑몰처럼 거대한 집을 짓는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르 벨베데레’는 인도네시아 인이 매입했고 ‘르 팔레이’는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딸에게 팔렸다. 이런 궁전 저택들의 시장은 이른바 ‘도피자본’으로 독재국가의 집권층들도 있고 요즘엔 아시아계 구매자가 많아졌다. 국제적인 부가 미국의 도시들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것인데 LA는 아직 비교적 값이 싼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선 스케어피트당 3,000달러면 최고의 집을 살 수 있지만 맨해튼에선 1만1,000달러는 주어야 한다”고 베벌리힐즈의 부동산업자 제프리 하일랜드는 설명한다.
투기가들은 먼저 수요를 가늠하고 최적지를 물색해 그 위에 있는 모든 것을 불도저로 밀어낸 후 집을 짓는다. 주거공간만 짓는 게 아니라 미 서해안 지역의 ‘라이프스타일’도 함께 지어 넣는다. 나일 니아미가 신축한 홈비힐즈의 3만 스케어피트 지중해식 저택은 이웃주민들이 붙인 ‘펜디 카사’라는 이름답게 이탈리안 가구와 장식품들로 가득 차있다. 실내와 야외 수영장을 갖추었으며 위탁받은 유명 화가들의 작품들이 걸려있는 가하면 지하에 ‘수술실’도 있다. 물론 심장수술용이 아니라 미용 성형수술용이다. 이 집은 사우디아라비아인에게 4,400만 달러에 팔렸다.
최근엔 상대적으로 ‘작은’ 2만3,000 스케어피트 크기의 집이 매물로 나왔다. 아이패드로 컨트롤되는 인피니티 풀과 16대를 주차할 수 있는 차고로 연결되는 호화 지하 라운지를 갖춘 저택이다. 차고엔 수퍼 카 ‘부가티 베이론’을 올려놓은 자동차 턴테이블이 돌아가고 있었다. 가수 비욘세와 제이 지가 두 차례 들러 보고 갔다. 가격은 8,500만 달러, 부가티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기가 맨션’ 신축을 반대하는 것은 로젠의 동네 주민들만이 아니다.
팔레스타인 계 망명자인 하디드가 최근 벨에어에 지은 저택도 인근 주민들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분노한 주민들이 ‘스타쉽 엔터프라이즈’라고 별명 붙인 3만 스케어피트 현대식 거대한 원형 건물은 지상 67피트로 LA의 법적 제한인 36피트의 2배가 넘는다.
한 사우디 왕자가 베네딕트 캐년에 지으려는 드림하우스는 8만5,000 스케어피트 크기의 거대한 맨션이다. 그 자리에 있던 스페인 식민지스타일의 저택을 부순 후 신축 플랜 허가를 시에 제출했고 주민들은 중단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부분 그 자신들도 만만치 않은 저택 소유주로 백만장자들인 이곳 주민들이 ‘과잉 저택’을 비난하는 것은 마치 레이디가가가 다른 사람에게 옷차림이 과하다고 비난하는 것과 같다는 반격도 나오고 있다. 특히 새로운 기가 맨션의 소유주들이 외국인일 경우 편견이 작용한다는 것. “그들은 더 큰 저택이 아니라 사우디 왕자가 들어오는 게 싫은 것”이라고 사우디 왕자 측 변호사는 말했다.
건축학적 보존보다는 건축학적 혁신에 호의를 가진 LA이긴 하지만 ‘기가 맨션’ 트렌드는 아름다운 주거지역들을 손상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좁고 커브 많은 비탈길에 공사트럭들이 빈번히 드나들면서 사고도 늘어났다. 트라우스데일 에스테이트의 비탈길에선 금년 들어 경찰관 2명이 유사한 사고로 중심 잃고 굴러 내린 공사트럭에 변을 당했으며 같은 지역에서 다른 공사트럭이 주차된 차를 들이받으면서 뜨거운 아스팔트를 한 저택의 앞마당 잔디에 쏟아 붓는 사고를 내기도 했다. 최근 건축 잡지 ‘아키텍추얼 다이제스트’에 소개된 집이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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