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긴급 시리즈/자바시장 현주소/ 한인의류·봉제·원단협회 임원진 좌담
▶ 2세들 주류시장 진출 상권 외연 확대, 적법한 영업·합리적 가격 풍토 세워야
“LA 다운타운 의류상권의 미래는 그래도 밝다.” LA 다운타운 의류상권 업계는 최근 갖은 악재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은 그칠 줄 모르고 노동법 단속은 연일 강화되는 등 제도적인 부분에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또 유명 소매 업체들이 잇달아 도산하면서 납품업체 숫자가 줄어들고 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당국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인해 LA 다운타운 의류상권은 돈세탁을 하는 곳이라는 오명도 뒤집어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바시장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어둡지 않다. 2세 경영으로 인한 주류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체계적인 경영방식으로 내실을 다지고 있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본보는 18일 한인의류협회 사무실에서 ‘긴급진단 자바시장 시리즈’ 마지막 회로 ‘LA 다운타운 의류상권의 미래’란 주제로 의류·봉제·원단협회 임원진과 좌담회를 갖고 앞으로의 자바를 전망했다.
<글 정구훈·사진 김영재 인턴기자>
■간담회 참석자
▲한인의류협회: 이윤세 회장 ▲미주한인봉제협회: 이정수 회장, 김성기 이사장 ▲미주한인원단협회: 클라라 박 회장, 유진 김 부회장
-돈세탁 사건은 많은 교훈과 과제를 남겼다
▲이윤세: 현재 적발된 것은 아주 일부분이다. 이번 일을 기회로 구조적으로 흔들 것은 분명하게 흔들고 넘어가야 한다. 현재 의류상권의 구조를 정확히 인지하고 나쁜 점들은 과감하게 도려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정수: 모두 정의롭지 못한 거래를 해서 발생한 일이다. 물론 봉제업계에도 나쁜 관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지금은 모두 환경 탓에 어쩔 수 없다는 변명으로 넘어가고 있는데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전면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클라라 박: 업계에 만연한 각종 악습을 철폐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단가 현실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이번에 적발된 대부분의 업체의 매출 규모가 컸다는 점에서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하겠다. 이번 사건이 길이 아니면 가지 말고 옷을 팔되 양심은 팔면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본다.
▲김성기: 시장은 하루아침에 생길 수 없다. 따라서 이번에 지적된 사안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주 적발 대상은 의류 도매업체들이지만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사업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 보고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다운타운 의류상권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유진 김: 지금 다운타운 상황을 속담으로 표현하면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땅이 굳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잘 마무리돼야 한다. 어영부영 넘어가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선의의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은 채 잘 매듭지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아직 미래는 밝다.
▲이정수: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위기를 잘 넘겨 다시 한 번 제대로 된 기틀을 마련한다면 발전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본다. 지금은 힘들지만 그렇다고 자바시장이 쉽게 무너질 정도로 허약한 곳은 아니며,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훨씬 좋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성기: 단기간으로 봤을 때 분명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이 지역 상권이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각자 자리에서 각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다 보면 장기적으로는 걱정할 이유가 없다.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
▲이윤세: 무엇을 바꾸기 이전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가장 시급하다. 이를 바탕으로 적법한 영업활동과 업체간 정확한 결제, 그리고 상호존중을 통한 합리적인 가격 형성 등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제품과 디자인에 대한 지적재산권 확보 등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제 구멍가게가 아닌 전문 업체로의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선진 경영방식을 접목해야 하는 시점이다
▲김성기: 이민법과 노동법, 최저임금은 자바가 안고 있는 큰 난제라고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상권 자체가 캘리포니아를 벗어나면 어떨까하는 생각까지 드는 요즘이다. 하지만 본바탕이 흔들려서는 안 되는 만큼 미래 지향적인 장기 플랜을 업체들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돈을 재워놓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재투자 활성화도 실행해야 할 때다-2세 경영이 가속화되고 있다
▲김성기: 더욱 많은 2세들이 진출해야 한다. 실제로 주변에 최근 USC 대학원을 다니다 봉제업계의 미래가 밝다고 판단해 영업을 시작한 젊은이가 있다. 2세들이 들어온다면 주류 시장으로의 진출이 확대되고 상권의 외연 역시 넓어질 수 있다.
▲이정수: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2세들에게 업체를 넘겨주고 싶지는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물론 성공 가능성은 있겠지만 외부적인 요인 탓에 법을 지켜가며 업체를 운영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많은 것 역시 사실이다. 2세들도 이를 잘 이해하고 사업에 임해야 한다. 대신 새로운 시각을 가진 젊은 세대들이 노력한다면 새로운 도약이 가능할 것이다.
-각 업계에 서로 조언을 해준다면.
▲클라라 박: 사실 의류·봉제·원단 중 기본이 되는 업계는 단연 봉제다. 따라서 로컬 봉제업계들이 살아나야 다른 업계까지 힘을 받을 수 있다. 과거 봉제업에 잠시 근무했을 때 경험을 살펴보면 무엇보다도 과감한 ‘투자’가 중요하다고 본다. 기계에 대한 투자는 처음에는 재정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결국은 비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윤세: 봉제가 기본이 된다는 점은 명확하다(LA다운타운 의류상권 형성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업계 역시 봉제업계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봉제의 경우 유통과정이 많아지면 단가가 더욱 내려간다. 따라서 마음이 맞는 업체를 모아 자체 브랜딩을 통한다면 현재 처한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을 좋은 기회라고 본다.
-의류상권 발전을 위한 협회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클라라 박: 계몽이다. 예를 들어 현재 원단업계는 높은 관세 때문에 가액을 낮춰 수입하는 ‘언더 밸류’(under value) 방식을 많이 이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연방 국세청(IRS)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정직하게 거래하자는 내용으로 꾸준히 협회사들에게 계몽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윤세: 의류협회 역시 유관 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계몽활동을 우선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지금까지 조사된 부분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수사 방향이 더 퍼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그간 미흡했던 부분을 제대로 고쳐놓을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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