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획시리즈: 리딩 CEO ① ‘터보 에어’ 브라이언 김 회장
▶ 냉장고 수리 아르바이트로 첫 인연, 고객의 마음 읽어내 신제품 개발, 최고의 기술·품질 자부 ‘원칙 경영’, 자선재단 설립… 장학·기부사업 앞장
롱비치에 있는 터보 에어 본사 전경, 총 13만스퀘어피트 규모로 1,700만달러의 공사비를 들여 신축했다.
터보 에어 브라이언 김 회장이 롱비치의 본사 집무실에서 경쟁이 치열한 냉장고 제조업계에 뛰어들어 성공한 비결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원칙과 신념’의 카리스마 CEO로 통한다. 무슨 일을 하던 원칙을 먼저 생각한다. 원칙에 맞지 않으면 아무리 손해가 나더라도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는 오로지 ‘원칙과 신념’을 무기로 터프하기로 소무난 미 주류 상업용 냉장 제조업계의 높은 벽을 넘은 1세 기업인이다.
“처음 제품을 내놓으니 딜러들이 쳐다보지도 않더라구요. 전국의 딜러들을 찾아다녔으나 몇 번씩 방문마저 거절도 당했습니다. 어쩌다 방문이 성사돼 제품을 보여주면 제품은 좋은데 아직은 아니라는 겁니다. 알고 보니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과 터보제품을 받을 경우 유명 업체들이 그 딜러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습니다. 당시 일본의 산요도 이같은 높은 장벽을 넘지 못하고 손을 들고 말았지요. 슬슬 오기가 생겼습니다”
1997년 회사를 설립한지 십수년만에 무려 30%의 시장 점유율로 업계 2위 자리에 우뚝 선 터보 에어(Turbo Air) 브라이언 김 회장의 회고다.
터보 에어는 약국 체인인 CVS, 세븐 일레븐, 버거킹, 타코벨, 스타벅스 등 미 주류 대형 체인들과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제품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그는 국민교육 헌장에 나오는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른다”는 구절을 좋아한다고 한다. ‘한국인 1세’라는 불리한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오로지 근면과 성실로 미 주류업계를 개척한 파이어니어다.
<글 구성훈 기자·사진 박상혁 기자>
-미국에서 많은 한인들이 성공했지만 제조업에서 성공한 사람은 드물다. 그것도 짧은 기간에 성공했는데 지금의 소감은.
▲터보 에어를 설립했을 당시 냉장장비 분야에서 20개 업체가 경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 세계에서 70여개 업체가 미국에 진출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시일 내 업계 2위에 오르게 된 것은 사실 기적이라는 생각이다. 직원과 고객 모두에게 감사한다. 그러나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성공비결이 있다면.
▲자꾸 성공이라고 하니 부끄럽다(모두 웃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굳이 비결을 말하라고 한다면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은 정말 좋은 유전자를 타고 난 것 같다. 바로 도전정신이다. 실패할수록, 거절당할수록 오기가 생기고 도전하게 되더라. 우리 2세들에게도 한국인의 좋은 유전자인 도전정신을 꼭 심어주고 싶다.
제조업은 다른 업종과 달리 그 분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쟁자를 압도할 수 있는 전문지식을 갖춰야 한다. 소위 그 분야에서 박사가 돼야 한다. 그래야 차별화가 된다. 차별화하지 않고는 주류사회의 벽을 뚫기 힘들다. 냉장고에 대해서는 솔직히 나를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자신감이 있다.
제품 설계부터 디자인, 품질에까지 차별화가 되어야 경쟁을 할 수 있다. 또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거북이처럼 방향과 원칙을 세우고 매진하는 것도 중요하다.
-냉장고 제조업에 투신하게 된 동기는.
▲조그만 섬에서 섬 소년으로 자랐다. 그래서 어릴 적 꿈은 토목기사나 대형 선박의 선장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집이 너무 가난해 어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교를 다녔는데 냉장고 수리점에서 일을 하게 됐다. 이것이 내가 40년 이상을 냉장고와 인연을 맺게 된 동기다.
대학을 졸업한 후 1982년에 냉장고 생산회사를 설립했다. 아마 내가 한국에서 현대적 생산기법으로 처음 냉장고를 생산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업이 흑자도산에 직면하게 됐고 1985년 보따리를 싸들고 미국으로 왔다.
-고생한 얘기 좀 들어보자
▲지금 생각하면 초기 이민자들은 누구나 다 겪었던 고생이다. 처음에 냉장고 수리를 시작했는데 솔직히 하루 18시간을 장비를 들고 여기저기 다녔다. 다른 사람이 3~4일씩 걸리는 일을 나는 1~2일에 완벽하게 끝냈다. 그러니 같은 돈을 주고 더 빨리 해주니 모두가 놀랐고 좋아했다. 성공한 사람이면 누구나 다 경험한 소위 눈물 젖은 돈을 벌었다.
못하는 영어로 미국 딜러들과 담판한 것도 지금은 아름다운 추억이다. 처음부터 제품을 거절당했다. 그래서 제품을 안 사도 좋다. 안 사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한국인이라서 싫다. 제품을 한국에서 만들지 않느냐. 미국에서 만들면 사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좋다 언젠가는 미국에서 만들겠다고 답변했고2년 전 달라스에 26에이커 규모의 생산공장을 만들어 미 전역에 공급하고 있다.
-터보 에어의 경쟁력은
▲우리 회사의 경쟁력은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데서 나온다. 특히 제조업은 기업의 문화와 정신, 철학 등 소프트웨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에 흠 잡을 데 없는 기술, 우수한 품질, 독특한 디자인, 완벽한 애프터 서비스가 더해져 오늘의 터보 에어로 성장했다.
-직원관리는 어떻게 하나.
▲우선 직원은 관리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직원은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비전을 공유하는 파트너다. 나는 한 번 고용한 사람은 웬만해선 해고하지 않는다. 직원 중 한인의 비율은 10% 정도 된다.
-김 회장이 보는 최고의 인재는
▲정직하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춘 사람이 내가 원하는 인재다.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는데.
▲(웃음) 사실 내가 디자인 감각이 좀 있다. 처음에는 회사를 캄튼에 차렸고 롱비치, 카슨 등을 거쳐 본사를 다시 롱비치로 이전했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현 사옥 인테리어는 모두 내가 직접 디자인 했다. 초창기에는 냉장고 디자인에도 많이 관여한 편이다.
-신제품 개발에 어떤 노하우가 있는가.
▲냉장고를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성능, 가격 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결국 철저한 시장조사다. 직원들이 수시로 모여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브레인스토밍’ 시간을 가진다. 제품을 만드는 데는 설명하기 힘든 복잡한 절차가 있다. 제조업이 다른 업종과 다른 이유다.
특히 안전, 위생, 에너지 효율 등과 관련된 정부 당국의 규제가 심한 분야라서 제품개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터보 에어’라는 이름은 누가 지었나.
▲내가 직접 지었다. 회사 이름을 짓는데 엄청난 고민을 했다. 회사 이름을 얘기하면 우리 회사가 항공사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에어’(Air)라는 단어가 들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독특하고 강한 인상을 주는 이름을 찾던 중 어느 날 갑자기 ‘터보 에어’가 머릿속에 떠올랐고 ‘바로 이거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 회장이 그리는 미래 그림은.
▲미래에 대한 비전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수치를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좋은 회사, 즉 직원들이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회사를 만들고 싶고 고객들이 만족하는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나의 작은 소망이다. 욕심을 내지 않고 꾸준히 내 갈 길을 간다면 머지않아 업계 정상을 차지할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조용히 장학사업도 하는데.
▲4년 전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자선재단인 ‘터보 채리티 파운데이션’을 설립했다. 매년 미 전역에서 50명의 대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수여하는데 대부분이 비한인이다. 주류사회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성공했기 때문에 주류사회가 필요로 하는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이밖에 불우이웃 돕기 등 좋은 일을 하는 여러 비영리기관에도 수시로 기부를 하고 있다.
☞김 회장은
1956년 전남 완도에서 태어나 숭실고와 인천체대를 졸업했다. 숭실고 시절 사이클 선수로 전남 대표 선수로 활동했으며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1979년 대학졸업후 청계천에서 냉장고를 수리업소를 오픈해 사업을 시작했으며 1982년 미국 스타일의 상업용 냉장고회사를 설립했다. 설립 3년만인 1985년 경기침체 등으로 회사 문을 닫고 도미했다. 직접 냉장고 수리를 하면서 냉동장비 업체를 설립, 운영하다가 1997년 300만달러의 자본금으로 ‘터보에어’를 설립했다. 주로 역사와 경영서적을 읽는 독서광이며 스스로 ‘신용을 생명처럼 여긴다’고 말할 정도로‘신용제일주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웰스파고은행에서 3,000만달러를 무담보대출을 받고 있을 정도로 신용이 높다.
■ 터보 에어는…
1997년 설립… 주류 냉장업계 2위 우뚝
지난 1997년 자본금 300만달러로 설립된 터보 에어는 상업용 냉장·냉동장비·음식가공 기계류 전문 생산업체.
롱비치 본사를 비롯 미국(달라스), 한국(광주 2곳), 중국(청도 2곳) 등 5군데의 생산공장과 전 세계 20여개 지사가 있으며 8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미국에는 오클랜드, 하와이, 시카고, 시애틀, 휴스턴, 달라스, 마이애미 등 13개 도시에 지사가 있다. 회사 주력제품인 상업용 냉장고 외에 에어컨과 상업용 캐비닛, 칼 등 제품 종류만 1,060가지에 달한다.
지난해 입주한 롱비치의 터보에어 본사는 1,700만달러를 들여 13만스퀘어피트 규모의 최첨단 건물로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공장과 사무실을 지휘하는 컨트롤 기능을 하고 있다.
주로 미국시장 공급을 타겟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달라스 공장은 무려 25에이커의 부지에 32만 스퀘어피트 규모의 대형 공장이다. 지난 2009년에는 한국 3대 가전업체인 ‘대우 일렉트로닉스’의 상업용 냉장고 사업부문을 인수, 160억원에 인수해 광주에 대규모 생산설비 공장을 설립하고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터보 에어는 한국, 중국, 유럽, 남미 등 전 세계 56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며 2006년 말 펩시콜라가 운영하는 패스트푸드 체인의 2억달러 리모델링 프로젝트에 냉장고 공급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코카콜라, 코스코, 서클-K, 세븐 일레븐, 배스킨 로빈스, 버거킹, IKEA, 서브웨이 등 세계 굴지의 프랜차이즈 회사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터보 에어가 이같은 유명 대형체인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완벽한 품질관리와 에너지 절약형 냉장고 때문이다.
터보 에어사는 현재 72개 생산모델에 ‘에너지 스타’ 인증을 획득하고 150여개 모델에 CEC 인증을 받았다.
CEC 인증의 경우 미 주류업체인 ‘트루’(116개), ‘빅토리’(137개), ‘트라울센’(121개)’ 등보다 훨씬 많다. 터보에어는 현재 30여개의 모델에 대해서도 연방 정부 ‘에너지 스타’ 인증을 신청해 놓고 있어 이를 획득하게 되면 ‘에너지 스타’ 인정과 ‘CEC 인증’ 모델을 가장 많이 획득한 회사가 된다.
터보 에어는 또 0% 불량률에 도전하는 완벽한 품질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터보 에어의 품질관리 검사절차는 1차로 모든 제품에 대해 12시간 이상 품질검사 단계를 거치며 2차로 하루 60대가 생산되는 냉장고 중에서 무작위 추출법을 통해 24시간 상세 검사에 들어간다. 만약 1,000개의 제품 중 단 한 개의 제품이라도 불량이 발생할 경우 전 공정을 중단해 전제품의 검사에 들어간다. 터보 에어 냉장고는 업계 평균 불량률이 7% 내외인데 비해 2%로 크게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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