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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과 소로우의 대화

입력일자: 2010-03-17 (수)  
“삶은 한 조각 구름을 일으키는 일이요, 죽음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지는 일”이라고 말했던 법정 스님이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지듯 자연으로 돌아갔다. 법정 스님은 생전에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인물의 하나로 헨리 데이빗 소로우를 꼽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1817년생인 소로우는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엘리트였지만 속세의 길에 속박되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그는 매사추세츠주 콩코드 인근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2년2개월을 홀로 살았다. 소로우의 노작 ‘월든’은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소로우가 추구했던 간소한 삶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에 그대로 닿아 있다. 법정 스님은 소로우의 자취를 더듬기 위해 월든 호수를 3번이나 찾았을 정도로 그를 존경했다. 다음 세계에서 소로우와 법정 스님이 마주친다면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까. 두 사람의 글을 바탕으로 가상 대화를 구성해 본다.

소로우-스님이 떠나시니 수많은 사람들이 슬픔을 가누지 못하더군요. 그만큼 스님의 삶이 던진 울림이 컸다는 말이겠지요.

법정-육체라는 것은 마치 콩이 들어간 콩깍지 같은 것이지요. 수만 가지로 그 겉모습은 바뀌지만 생명 그 자체는 소멸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살 때는 전력을 기울여 뻐근하게 살아야 하고 삶이 다하면 미련 없이 선뜻 버리고 떠나야 합니다. 삶과 죽음은 본디 하나이니까요. 그러니 너무들 슬퍼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소로우-제가 쓴 ‘월든’이 스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지요. 저는 사회적으로 성공했던 인물도 아니고 일생을 육체노동을 하면서 살았던 평범한 사람입니다. 어떤 글에서 월든 호수를 ‘그리움의 터’라고까지 표현하신 것을 보고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법정-선생은 최소한의 필수품만으로 전원생활을 하면서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인간들에게 말할 수 없이 소중한 교훈을 던져 주셨습니다. 소유는 결코 행복의 비결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보장된 출세의 길을 버리고 월든 호수로 가셨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소로우-제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한번 내 식대로 살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즉 삶의 본질적 문제에 직면해 인생이 가르치고자 한 것을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죠.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에 이르렀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후회하는 일이 없기를 바랐습니다.

법정-저도 강원도 산골에 직접 지은 작은 오두막에 몸을 의탁했습니다. 수도자가 사는 집은 흙과 나무로만 되어야 한다는 성 프란치스코의 가르침을 기억하면서 말입니다. 진정으로 우리가 삶을 살려면 순례자나 여행자처럼 살 줄 알아야 합니다.

소로우-월든 호숫가 오두막에 살면서 정직한 사람은 셈을 할 때 열손가락을 쓸 필요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계산은 엄지손톱 위에 쓸 수 있을 정도로만 하면 됩니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월든 호숫가에서의 검박한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교훈은 이것입니다.

법정-선생의 가르침을 잊지 않으려 제가 거처하던 집의 부엌 벽에 ‘보다 단순하고 보다 간소하게’라고 써 놓았습니다. 저는 글 쓸 때 사용하는 촉이 가는 만년필과 작은 다기를 좋아하는데 이 물건을 두 개씩 갖게 되니까 하나일 때 느껴지던 소중함과 살뜰함이 사라지더군요. 무소유란 아무 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나는 물고기가 목말라 한다는 말을 듣고 웃었다”는 인도 시인 까비르의 노래처럼 소유욕에 사로잡히면 물속에 있으면서도 갈증을 느끼는 물고기와 다를 바 없죠.

소로우-인간은 더 많은 물건을 포기할수록 더 부유해 집니다. 저택에 살건, 감옥에 있건 근본적으로 별 차이가 없습니다.

법정-그래서 나눌 줄 알아야 합니다. 세속적인 계산법으로는 나눠 줄수록 내 잔고가 줄어들 것 같지만 출세간적 입장에서는 나눌수록 더 풍요로워지죠. 결국 불행은 욕망과 필요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소로우-아무쪼록 스님의 가르침이 소유욕의 덫에 걸려 괴로워하는 수많은 중생들에게 죽비와 같은 깨달음이 되었으면 합니다.

법정-선생의 오두막 옆에 저도 작은 거처를 하나 마련할까 합니다. 선생을 벗 삼아, 자연을 스승 삼아 살아간다면 이것이 바로 극락 아니겠습니까.

조윤성 / 논설위원
yoonscho@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