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리는 모처럼만에 레돈도비치를 찾았다. 아직 남아 있는 아침 안개 속으로 간간히 비쳐지는 아침햇살을 받은 높지 않은 파도는 마치 물고기의 비늘처럼 반짝이는 것 같았고, 때론 어린 시절 함석지붕에 반사된 아침결의 햇볕과도 같아 보였다.
지난 5월 중순 남편의 위암판정을 시작으로 항암치료까지의 쉽지만은 않은 과정 속에서 여러 감정들을 느껴보았고 숨 쉴 수 있는 이 순간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것인가도 느끼게도 되었다.
후회는 때 늦게 찾아온다는 진리처럼 좀 서운하게도 느꼈던 남편에 대한 감정이 후회됐다. 좀 더 잘해 줄 걸, 좀 더 편안하게 해 줄 걸 등등 많은 회한을 느꼈다. 그러면서 눈 뜨는 순간부터 곁에 있다는 그자체가 고마움이고 아침저녁으로 정성을 다해 줄 수 있는 그 이유만으로도 감사하다는 걸 느꼈다. 또 많은 분들의 성심을 다한 기도와 격려, 그리고 도움을 통해 많은 분들이 남편을, 또 우리 가족을 사랑하고 계셨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고난은 내 영혼의 스승”이라는 말처럼 남편의 위암은 우리에게 인생의 다른 전환점이 되어 준 것이다. 많은 행복과 감사의 조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리 걱정하고 부족해하고 속상해하며 여기까지 달려왔는지 모르겠다.
이제부턴 감사해 하고 충만해 하고 나보다 다른 이를 더 염려해 주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다. 암으로 인해 좀 짧은 인생을 갖는다 해도 지금까지의 생으로도, 품에 갖고 있는 여러 가지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려 한다.
우리 가족을 도와주시고 지금까지도 기도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결코 외롭지 않고 행복한 우리라는 것을 이 감사의 계절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조계란/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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