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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과 한인타운

입력일자: 2009-11-13 (금)  
LA마라톤 개최권을 인수한 다저스가 이번 주 초 발표했던 마라톤 코스에서 한인 교계의 소원대로 한인 타운이 빠졌다. 20년 넘게 수십만 여명이 달려왔던 한인 타운 구간이 마라톤 코스에서 제외된 것이다. 그동안 코스와 날짜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던 교계는 박수를 치며 즐거워하겠지만 한인사회 입장에서는 그다지 반가워할 일 만은 아닌 것 같다.

LA마라톤은 3월 초순 일요일에 개최돼 왔다. 코스도 한인 타운의 중심지인 올림픽 대로를 관통해 TV를 통해 돈 안들이고 홍보하는 효과도 쏠쏠했다. 그러던 마라톤이 교인들의 예배 길을 막는다는 이유로 교계의 반대운동에 부딪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인 메모리얼데이로 옮겨졌다. 하지만 참가 인원이 급격히 줄어들자 시의회가 서둘러 3월의 일요일로 개최 날짜를 원상복귀 시켰다. 다만 코스에서는 말 많은 한인타운은 빼버린 것이다.

마라톤을 단지 마라토너들의 잔치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시는 마라톤이 곧 지역 경제원이자 자존심으로 생각한다. 전 세계 대도시들이 하루 종일 길을 막아 놓고 마라톤을 개최하는 이유도 바로 돈 때문이다. 수많은 참가자들과 그 가족들이 2~3일 동안 쓰는 관광비용은 엄청나다. 이 때문에 시민들도 불편함을 감수한다. 시민들이 곳곳에서 자원봉사자로 나서 내 고장을 찾은 마라토너들을 격려하며 따듯하게 맞아준다. 역사가 깊을수록 시민들의 참여가 높다.

11월 첫 일요일 마라톤이 열리는 뉴욕시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몰려든 5만여 명의 참가자와 가족들이 뿌리고 간 돈을 2억2,000만달러로 추산했다. 지난주 일요일 100여 개국 3만5,000명이 달렸던 시카고 마라톤은 1억5,000만달러의 경제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대도시들이 마라톤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뉴욕과 시카고, 보스턴, 베를린과 함께 세계 5대 마라톤의 하나로 꼽히는 런던은 참가 인원을 6만명으로 늘리겠다며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금년4월 열린 런던 마라톤 신청자 11만8,500명중 참가 자격을 얻은 마라토너들은 3분의1만에 그쳤다. 도로가 좁아 규모에 한계가 있는데도 런던은 출발 시간을 20분 간격으로 여러 차례 나누어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인다는 전략까지 세웠다. 추첨을 통해 참가 자격을 주는 뉴욕마라톤도 현지 주민을 3분의1로 줄이고 외지 사람들의 출전 자격을 대폭 늘려가고 있다. 외지인의 주머니를 겨냥한 것이다.

미국 제2의 도시로 자부하는 LA의 마라톤은 25년의 역사를 가졌지만 아직도 적자 운영에 허덕이고 있다. 1984년 올림픽에 힘입어 스포츠 도시로의 명성을 꿈꾸며 1986년 출발했지만 전 세계 마라토너들의 외면을 당하고 있다.

더군다나 올해는 여름에 가까운 5월말 월요일에 치렀다가 고작 9,000여명만 참가하는 실패를 경험했다. 그나마 2만여명까지 불려놨던 마라톤 대회가 시의원들의 판단 실수로 반토막이나 버렸다. 참가자가 줄어들면 스폰서가 줄어들고 시 관광수입 감소는 물론이고 도로 폐쇄, 청소 등에 동원되는 경찰 및 공무원 인건비 마련도 어렵게 된다. 3년간 마라톤을 운영했던 ‘디바인 컴퍼니’는 시정부에 30여만 달러의 빚만 지고 손을 들어 버렸다. 앞뒤 생각도 없이 날짜를 바꿨다가 다시 되돌렸던 시의회가 교계의 장단에 춤을 춘 꼴이 됐다.

한인타운은 마라톤 문제로 고립을 자초한 느낌이다. 일요일 예배길이 열려 타운에 산재한 군소교회와 업소들은 좋겠지만 쏟아지는 빈축은 한인사회 전체로 떨어진다. 한인타운은 그저 깃발만 꽂아 놓는다고 해서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정치력도 “나만 살자”는데 서 생겨나지 않는다. 시가 살아나야 타운도 산다는 시민의식이 뒷받침 돼야 힘이 생긴다. 1년에 단 하루뿐인 LA시 잔치에 등을 돌려버린 한인들의 지역 이기주의가 한인타운의 고립화를 자초하지 않았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김정섭 국제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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