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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코미디언 켄 정

입력일자: 2009-11-06 (금)  
고갱은 증권회사 직원을 하다가 화가가 됐고 나는 학교 선생을 하다가 기자가 됐지만 사람이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 전업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새 직업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어 전업에는 어느 정도 소신과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지금 한창 떠오르는 한국계 코미디언 켄 정(40)이 30대 후반에 내과의사를 그만 두고 배우가 된 것은 정말로 대단한 일이다. 켄은 지난 달 중순 선셋의 런던 웨스트우드 할리웃 호텔 옥상서 있은 코미디 ‘행오버’ 빅히트 축하파티에서 내게 “역시 의사인 아내가 영화 ‘임신했네’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나온 내 연기를 보고 적극적으로 밀어 의사를 그만 두고 배우가 되기로 했다”고 말했다.

‘행오버’는 총각파티 차 예비신랑과 함께 베가스에 온 3인조 들러리들이 술과 약물에 취해 광란의 밤을 보낸 이튿날 사라진 신랑을 찾느라고 야단법석을 떠는 코미디다. 켄은 여기서 중국계 갱 두목으로 나와 완전 나체로 게이 연기를 하는데 포복절도할 연기다.

켄은 나체장면에 대해 “그 건 관객을 깜짝 놀래주려고 착안한 내 아이디어로 그 한 장면을 위해 무려 40차례나 찍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나는 평소에는 웃통도 벗지 못하는 수줍음 많은 사람”이라면서 “영화에서는 우스갯소리를 하나 환자에겐 농담 한 번 한 적 없다”고 고백했다. 나는 켄에게 “왜 게이 연기를 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그 건 게이 연기가 아니고 내 베트남계 아내 연기”라고 둘러대며 혼자 죽는다고 깔깔대고 웃었다.

처음 파티장에 도착해 자기 매니저와 함께 한쪽 구석에 앉아 있는 켄에게 다가가 나를 소개하며 악수를 청하자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 두 손을 잡고 “너무나 반갑다”면서 꾸벅 절을 했다. 안경을 낀 작은 체구에 나처럼 갈비씨였다.

그는 이어 자기 가족과 의사와 배우로서의 경력 등에 관해 농담을 섞어가며 청산유수로 들려주었다.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나 노스캐롤라이나 그린스보로에서 자란 켄은 대화 도중 내 손을 잡고 손등에 키스를 하면서 “‘할아버지’ ‘이거 뭐야’ 같은 간단한 한국말 밖에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기도 했다. 매우 친근감이 가는 사람으로 공손하면서도 활기가 넘쳐 옆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호인이다.

켄은 이어 맥주를 마시면서 “코리안은 술을 마셔야 얘기를 잘 한다”면서 주위에 몰려든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 아시안 회원들에게 일일이 악수와 함께 인사를 하면서 “영광입니다, 영광입니다”를 되뇌었다.

켄은 “나는 나보다 나이는 조금 아래지만 역시 한국계인 존 조(‘해롤드와 쿠마’ 시리즈와 현재 방영중인 ABC-TV의 ‘플래시포워드’에서 FBI 수사관 역)를 존경한다”면서 “그는 참으로 훌륭하고 좋은 배우로 한국의 시드니 포이티에라고 불러도 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이 날 파티에는 영화의 신랑 역인 저스틴 바타와 그의 두 친구로 나온 브래들리 쿠퍼와 에드 헬름스 그리고 스트리퍼 역의 헤더 그래엄 등도 참석했는데 그 중에서도 돋보이는 것이 영화에서 자기 자신으로 나온 마이크 타이슨. 과묵하게 빙긋이 미소를 짓는 모습이 마치 다 큰 소년 같았다. 켄은 나와의 대화가 끝나자 동료 배우들 쪽으로 가 바타를 무대로 끌고 나가 한바탕 선정적인 동작으로 춤을 춰 참석자들의 폭소와 함께 박수갈채를 받았다.

켄은 고교를 16세 때 졸업한 뛰어난 지능의 소유자로 아버지는 노스캐롤라이나 A&T 주립대에서 지난 35년간 경제학을 가르치다 최근 은퇴했다. 그는 듀크대에서 의학을 전공한 뒤 뉴올리언스의 옥스너 메디칼센터에서 인턴으로 있을 때부터 스탠드업 코미디 솜씨를 연마해왔다.

켄은 작고한 브랜던 타티코프 NBC 사장과 현재 LA 샌타모니카 거리에 있는 코미디 클럽인 임프로브 창설자인 버드 프리드맨이 심사위원이었던 ‘빅 이지 래프-오프’ 경연대회에 나간 것이 본격적인 코미디언으로 나서는 계기가 됐다. 켄의 재주를 간파한 두 사람이 그에게 LA로 진출할 것을 건의, LA로 와 임프로브와 래프 팩토리 코미디 클럽에 출연하며 기반을 굳혔다.

켄은 영화에 나오기 전에는 ‘오피스’와 ‘앙투리지’ 등 많은 TV 작품에 출연했는데 2007년 캐서린 하이글이 주연한 코미디 ‘임신했네’에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켄의 최신작 코미디로 그가 뱀 전문가로 나오는 ‘주키퍼’와 ‘털복숭이의 복수’는 모두 내년에 개봉된다. 한편 영문잡지 Koream은 켄 정을 11월의 인물로 선정, 21일 파크 플라자에서 시상식을 갖는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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