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새가 이제 막 배급을 받아
반짝이는 삽날을 잠시 살피다가
연습삼아 가볍게 몇 번 놀려본다
끄떡도 없는 허공
삽날에 붙어있는 약간의
불안을 탁탁 털어 버린 새는
화르르 날아올라 단단한 허공에
힘껏 첫 삽을 찔러 넣는다
이것으로 노동은 시작된 것이다
붉게 빛나는 저 부리
구리수저 하나가
몽땅 닳아 없어질 때까지
우주 하나가
온전히 허물어져 내릴 때까지
고단하게 계속될 저 삽질
어린 새는 그것도 모르면서
용감하게 첫 삽을 꽂은 것이다
한혜영(1954~) ‘삽질하는 새’ 전문
어린 새가 처음으로 날아오르는 걸 본 적이 있다. 탄성도 잠시 마음이 아팠다. 이제부터 먹고 살기 위해서 부단히 노동을 해야 한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새의 첫 비행(飛行)은 첫 삽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허공은 단단한 지층(地層)일 수밖에. 새의 작은 몸뚱이가 소우주라면 그 우주가 허물어져 내릴 때까지 계속될 노동인 것이었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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