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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인지 웬수인지 …"

입력일자: 2009-10-10 (토)  
“요즘 한인사회에 가정교사가 많이 늘었다고 해요. 겉으로 말은 안하지만 속이 푹푹 썩는 부모들이 많지요"

LA 한인타운에서 오래 자영업을 하고 있는 한 주부가 말했다. 가정교사와 속 썩는 부모 사이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대학은 졸업했는데 취직이 안 된 젊은이들, 취직해서 몇 년 잘 다니다 감원 당한 젊은이들이 그 연결고리가 된다. 젊은이들이 직장 없이 버티기 어려우니 부모 집으로 들어가고, 그 ‘돌아온 자녀들'이 아쉬운 대로 시작하는 것이 가정교사라는 말이다

“주위에서 보면 샌프란시스코에 있던 아이도, 샌디에고에 있던 아이도 부모 집으로 돌아와 있어요. 지난해, 올해 대학 졸업한 아이들 중에서 ‘취직 됐다'는 케이스를 별로 못 봤어요. 한국의‘이태백'만큼이나 사태가 심각한 것 같아요"

‘이태백'은 한국에서 젊은이들이 취직을 못해 ‘20대 태반이 백수'라고 해서 만들어진 말. 이제는 ‘이구백'(20대 90%가 백수), ‘삼일절'(31세면 취업은 절망적)로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한다. 한국의 ‘청백전'(청년 백수 전성시대)을 강 건너 불 보듯 하던 미주 한인들에게 청년 실업이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

미전국 대학 및 교직원 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9년 대학 졸업생 중 졸업 당시 취직이 된 케이스는 20%에 불과하다. 80%는 직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막막하게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말이다. 불경기가 찾아들기 직전인 2007년 졸업생의 50% 이상이 취직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2008년, 2009년 졸업생들은 시기를 잘못 만났다.

취직이 하늘의 별따기다. 현재 미국에서 풀타임 일자리 수와 구직자 수를 비교해보면 일자리 하나당 취업 희망자는 여섯 명 꼴이다. 대규모 감원도 무자비하지만 취업시장을 더 얼어붙게 만드는 것은 고용 동결이다. 불경기 시작인 2007년 12월 이후 올해 7월 사이 미 서부와 남부에서는 신규채용이 거의 절반(45%)으로 줄었다. 북동부는 상황이 좀 나아서 23%, 중서부에서는 36% 채용이 줄었다.

능력있는 경력자들이 봉급·직급 상관없이 일하겠다고 줄줄이 나서는 판에 대학 갓 졸업한 새내기에게 차례가 돌아가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래서 일단 짐 싸들고 부모 집으로 들어와 허드렛일로 용돈 벌면서 취직자리를 알아보거나 대학원 진학준비를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여기저기 수소문하며 학생들 모아 가정교사로 일하는 건 그나마 생활력이 강한 케이스. 샤핑몰에서 최저임금 받는 소위 ‘몰 잡'으로 연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돌아온 자녀'는 부모에게 심란한 숙제다. “아인들 맘이 편하겠는가? 풀 죽어 있는 것 같아 안됐다" 싶다가도 “허리띠 졸라매며 공부시켰는데 취직도 못하다니, 실망이다"며 부모들은 착잡해 한다.

게다가 자녀가 어릴 때 데리고 있는 것과 독립을 못해 되돌아 온 것은 상황이 천지 차이다. 우선 서로에 대한 적응문제가 생긴다. 부모는 자녀를 ‘아이'로 보고 자녀는 스스로를 ‘어른'으로 여기는 데서 크고 작은 마찰이 끊임없다.

20대 중반의 한 여성은 “부모님이 내가 아직도 13살인 줄 안다"고 불평을 한다. 외출할 때마다 ‘누구 만나느냐' ‘언제 들어오느냐'를 확인하니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반면 부모들로서는 밤늦게 외출해 새벽 두세시쯤 들어오고, 그때부터 컴퓨터 들여다보다가 잠들어 낮 두세시나 되어 일어나는 요즘 젊은이들의 생활습관이 도무지 못마땅하다.

이런 저런 마음에 안 드는 것들을 꾹꾹 참자니 속에서 불이 나고, 몇마디 하면 아이가 금방 샐쭉해지니 상전이 따로 없고 웬수가 따로 없다고 엄마들을 푸념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선배 부모들은 두 가지를 조언한다. 첫째, ‘부모 노릇'을 일찌감치 포기할 것. 자녀를 룸메이트 정도로 생각해야 마음도 편하고 마찰도 적다는 말이다. 둘째, 자녀가 취업시장과 어떤 식으로든 연계되어 있도록 도울 것. 예를 들어 테크놀로지 전문대학에 입학해 새로운 기술을 익히게 하거나, 비영리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경력을 쌓게 하는 등이다.

그리고도 계속 속 썩고 열 받는다면 방법은 한가지라고 한 베테랑 주부는 말한다. 그는 지난 2001년 불경기 때 아들이 취직을 못해 집에 와 있던 경험이 있다. “내 자식이라 생각하면 속이 뒤집어지지만 옆집 아이라고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모든 게 다 이해가 되지요"

그렇게 ‘돌아온 자녀'를 이해하고 다독이다보면 꽁꽁 얼어붙은 취업시장도 녹을 날이 올 것이다.

권정희 논설위원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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