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더 래퍼라는 사람이 있다. 소위 ‘래퍼 커브’로 유명해진 사람이다. 그 요점은 정부의 수입은 세율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율이 0%면 정부의 수입은 0%다. 세율이 100%라면 정부 수입은 얼마가 될까. 역시 0%다. 버는 것을 모두 가져간다면 아무도 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율이 올라가면 정부 수입은 어느 선까지는 늘다가 그 다음부터는 오히려 커브를 그리며 준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너무나 상식적인 이 주장은 그가 처음 편 것은 아니다. 14세기 아랍의 대학자인 이븐 할둔이 이미 이 원리를 밝혀냈고 20세기 최대 경제학자의 하나인 케인즈도 ‘고용, 화폐, 이자에 관한 일반 이론’에서 이를 인정했다.
그의 주장이 일반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월스트릿 저널 기자였던 주드 와니스키가 ‘세상 돌아가는 이치’(The Way the World Works)라는 책에서 이를 적극 옹호했기 때문이다. 그의 이론은 소위 ‘서플라이 사이드’ 경제학의 근간을 이루며 레이건 행정부에 의해 채택돼 ‘레이건 혁명’의 한 축이 된다. 레이거노믹스를 ‘부두 경제학’이라고 비웃던 아버지 부시 당시 대통령 후보 등 많은 사람들이 후에 레이건 정책이 기업 투자를 촉진시켜 미국 경제를 살아나게 하는 것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레이거노믹스의 파장은 전 세계에 미쳤다. 그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은 러시아를 비롯한 구 공산권이었다. ‘공평한 분배’를 구실로 사실상 100%의 세율로 국민이 생산한 것을 압수하던 이들 나라는 공산주의가 무너진 후 개종자의 열성으로 세율을 자본주의 국가보다도 낮췄다. 러시아를 비롯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발트해 3국, 체코, 슬로바키아,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각국은 10~20%대의 낮은 단일세를 도입했고 이런 낮은 세율이 외국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근로 의욕을 고취해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루는 것을 가능케 했다.
세계를 휩쓴 감세 열풍이 드디어 레이건 고향이면서도 가장 반 레이건적인 조세 정책을 고집해 온 가주에까지 불어 닥치고 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임명한 초당적 세제 위원회가 가주 소득세를 최고 현 10.55%에서 7.5%로 대폭 낮추고 기업세와 판매세를 없애는 대신 이를 낮은 비즈니스 소득세로 대체하는 획기적인 안을 내놓았다.
공화당만이 아니라 골수 리버럴이 포함된 위원회가 이런 안을 내놓았다는 것 자체가 가주의 경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미국 내 어디에 살던 울며 겨자 먹기로 내야하는 연방세와는 달리 주세는 다른 주로 이사 가면 낼 필요가 없다. 인근 네바다로 주 경계선만 넘으면 주 소득세를 한 푼도 낼 필요가 없는데 가주에 머물며 굳이 높은 세금을 내려는 사람은 없다.
똑같은 물건을 만들어 팔며 가주와 네바다에서 장사를 할 경우 고율의 세금에 시달리는 가주 비즈니스는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는 그런 주가 네바다 말고도 워싱턴, 플로리다, 텍사스 등 7개가 있다. 고소득자와 비즈니스가 떠난 가주에 남아 있는 것은 저소득층과 실업자뿐이다. 그러고도 경제가 잘 되기를 바란다면 정신이 온전한 사람은 아니다.
미 독립선언서의 초안자인 토마스 제퍼슨은 “국민들이 자유롭게 산업을 일으키도록 놔두고 그들이 번 빵을 먹으려 할 때 빼앗지 않는 현명하고 검소한 정부”야말로 좋은 정부의 요체라고 가르쳤다. 가주 정치인들이 그의 가르침을 가슴 속에 새긴다면 한 때 미국을 선도하던 가주가 옛 영광을 되찾는 것도 먼 꿈만은 아니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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