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 “안전보장·주권유지 최우선”…유럽 ‘나쁜선례’ 우려
▶ 핵심은 재침공 방지·국경선 조정…푸틴 ‘일방적 희망사항’ 요구 가능성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의 틀을 결정할 담판에 나선다.
독립국 지위가 위협받는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안전보장 확약과 자국 주권 유지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마지노선을 쳤다.
러시아의 동유럽 추가 침공을 우려하는 유럽도 우크라이나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종전의 틀이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경계심을 높였다.
위트코프 특사와 푸틴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만나 앞선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논의를 통해 마련한 종전안 수정안을 놓고 협상을 벌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마련한 종전안은 애초 28개 항이었지만 러시아의 요구가 일방적으로 반영됐다는 논란 속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최근 협의를 통해 19개 항으로 일단 축소된 상태다.
애초 종전안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돈바스 포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비가입 헌법 명기, 우크라이나 군 축소, 러시아 침공에 대한 책임 면제 등이 들어있었다.
사실상 러시아의 희망 사항을 모두 담아놓은 것이었으나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반발한 사안들은 삭제되거나 전쟁 당사국 정상 간 회담에서 논의할 사안으로 보류됐다.
지난달 30일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미국 플로리다에서 연 고위급 협상에서는 19개 항에 대한 수정안이 도출된 것으로 전해진다.
거기에서 핵심 쟁점인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과 국경선 조정 등 핵심 쟁점이 어떻게 정리됐는지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외부에 공개되지는 않은 상태다.
당시 회담을 이끈 루비오 장관과 우메로우 서기는 "생산적이었다"고만 평가했고 구체적인 말은 아꼈다.
위트코프 특사는 일단 우크라이나와 협의한 수정안을 토대로 러시아와 논의할 예정이지만 모스크바 회동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측 입장이 일부 반영해 마련된 수정안을 거부하고 28개 항 '원안 복귀' 수준의 주장을 펼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특히 반대를 해와 평화 노력이 여전히 중대한 난관에 직면했다"며 "새 외교적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양측 간 간극이 좁혀졌다는 징후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모스크바 협상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푸틴 대통령 측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해 자국에 크게 불리한 종전안을 받으라고 압박할까 크게 경계한다.
우크라이나는 이에 러시아의 재침공을 억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안전보장 장치 마련과 주권 보장을 종전안의 핵심 조건으로 내걸었다.
모스크바 협상을 앞두고 유럽연합(EU)의 지지를 공고히 하고자 1일 프랑스를 방문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만난 볼로디미르 젤린스키 대통령은 자국의 최우선 목표가 안전보장과 주권 유지라고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종전 후 러시아가 재침공할 수 없도록 미국과 유럽이 억지력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안전보장 장치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나 유럽의 안전보장군(Reassurance force) 파병 등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아의 요구대로 우크라이나가 현재 사수 중인 군사 요충지들을 포함해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전체를 내주게 됐을 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서부까지 곧장 진격할 고속 침공로를 얻게 된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측은 미국과 유럽이 확실히 보증하는 안전보장 장치의 마련이 종전의 필수 조건이라고 본다.
우크라이나의 핵심 주권이 걸린 영토 문제도 종전 협상을 복잡하게 만드는 핵심 쟁점 사안이다.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국제사회의 비난 속에서 막대한 자국 군인들의 인명 피해를 감수하고 진행한 '특별 군사작전'(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전을 지칭하는 말)을 마무리하기 위한 내부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돈바스 지역으로의 영토 확장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는 외국에 강제로 영토를 빼앗기는 종전안에 서명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이미 러시아가 모두 차지한 루한스크주와 달리 도네츠크주 주요 군사 요충지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군이 방어하고 있다.
돈바스 전체를 러시아에 넘기는 종전안이 현실화하면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지난 수년간 피 흘리며 싸워온 진지를 그대로 러시아군에 내주고 물러나야 한다. 전선의 우크라이나군 장병 사이에서는 굴욕적인 종전 협상에 반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EU도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기운 '밀실 합의'가 이뤄지는 것을 수수방관하지 않겠다면서 미리 강한 경고음을 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젤린스키 대통령과 회담 직후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국제법상 (우크라이나의) 영토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주체는 우크라이나뿐"이라며 "안보 문제를 논의할 때 당사자인 우크라이나가 협상 테이블에 없으면 어떤 논의도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럽 군사정보 당국들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을 사실상 승리로 끝낸다면 다른 동유럽 국가들로 침공전을 확대해갈 수 있다는 관측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에 안보 지형이 급변한 유럽은 우크라이나전의 마무리 방식이 나쁜 선례가 되면 푸틴 대통령이 더 대담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모든 압력이 피해자에게만 가해져 우크라이나가 양보와 의무를 떠안게 될 될까 우려한다"며 "평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러시아가 이 전쟁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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