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달한 선물 가운데 문방사우가 있었다. 문방사우를 소개할 때 시 주석은 직접 그 가운데 붓에 대해서 추가적인 설명을 직접 하면서 “저장성 후저우(湖州)의 붓인 호필(湖筆)”이라고 강조했다. 호필은 오랫동안 중국 지식인들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 붓이다.
오늘날 끝이 날카롭고 탄력이 뛰어난 호필의 대표적인 생산 기업은 2006년 중국의 대표적인 ‘라오쯔하오(老字號·오랜 전통을 가진 상호)’ 430개 브랜드로 선정된 왕일품재 붓 공방 회사다. 이 회사는 그 기원을 청나라 건륭제의 치세 6년에 해당하는 1741년으로 잡고 있다.
1739년 청의 수도 베이징에서 과거의 마지막 단계인 회시(會試)가 거행됐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지식인들이 경쟁하는 마지막 시험 결과 장원급제로 선정된 이는 수도에서 가장 먼 광둥 출신의 장유공으로 밝혀졌다. 1739년 음력 4월 4일 청 고종실록에는 답안지를 열람한 건륭제가 “1등으로 선정된 답안이 매우 적당하다”면서 외진 광둥에서 장원급제가 나온 것을 칭찬했다.
야사에 따르면 당시 베이징에는 과거 응시생들을 위해 붓을 판매하기 위해 상경했던 후저우 출신의 붓 장수가 있었다. 왕 씨 성을 가진 그는 양털로 만든 후저우 붓을 가지고 왔는데 마침 붓을 깜박하고 지참하지 않은 탓에 시험장 밖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장유공에게 붓을 전달했다. 장유공은 그 붓으로 과거에 응시해 장원급제했고 그때부터 응시자들이 앞다퉈 왕 씨의 붓을 사기 시작하면서 그의 붓은 ‘일품장원필(一品壯元筆)’이라 불렸고 그를 ‘왕일품(王一品)’이라 칭했다. 고향에 돌아온 왕 씨는 1741년 붓가게를 열었고 이것이 오늘날 왕일품재 붓 공방의 기원이 됐다. 이 붓이 장원급제를 도왔던 비밀 붓, 저장성 호필로 오늘날까지 명성을 유지하며 한중 우호의 선물로 활용된 것이다.
<조영헌 / 고려대 역사교육학과 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