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사는 이야기/제32대 뉴욕한인경제인협회 김훈제 신임회장
차세대 한인 비즈니스 리더위한 초석 마련
한국중소기업 뉴욕진출 교두보 마련에도 앞장
타고난 사업가 기질로 회원사에 실질이익 사업추진
4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뉴욕한인경제인협회의 사령탑이 새로 바뀌었다. 제32 신임회장으로 김훈제(64) 회장이 정식 출범했다. 지난 4월1일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며 임기는 2년이다. 뉴욕한인경제인협회가 아메리칸드림을 이뤄나가고 있는 한인경제인들의 산실이라는 명성을 되찾겠다는 김 신임회장의 포부를 들어봤다.
■미래로의 도약
그는 1986년 뉴욕한인경제인협회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이종철 회장의 권유로 협회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로 31년차. 협회활동을 하면서 한국구매사절단으로 모국상품을 구매했을 때를 가장 보람으로 여긴다. 조국에 도움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40년 전통을 자랑하며 승승장구하던 협회가 지속적인 불황 탓으로 ‘발전’보다 ‘정체’에 머물러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안타까워한다.
그는 협회에서 무역이사, 섭외이사, 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3월엔 단독 출마해 신임투표를 거쳐 회장에 당선됐다. 역대회장들이 이룩한 업적을 잘 이어받아 전통을 살리고 협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다.
신임회장으로서 그는 내실화를 통한 협회 활성화를 꾀할 방침이다. 우선 새로운 회원을 영입할 계획이다. 기존 회원들을 위해선 불황극복 및 사업 다변화 등을 위한 정보제공 차원에서의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 협회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직시하고 회원사간의 친목도모와 단합을 강화해 기본이 튼튼한 협회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회원사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사업을 펼침으로써 앞으로 나날이 발전할 수 있는 협회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그는 협회의 세대교체를 위한 가교역할도 자신의 몫으로 여기고 있다. 때문에 한인사회와 미 주류사회에서 경제활동이 활발한 한인 1.5세와 2세들의 회원 영입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차세대 비즈니스 리더 육성을 위한 기존의 차세대무역스쿨 활성화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젊은 한인경제인들이 꿈과 비전을 갖고 새로운 사업을 진행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조만간 이뤄질 협회의 세대교체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중소기업 뉴욕진출의 교두보 역할에도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대 재외동포 경제단체로 성장한 세계한인무역협회(OKTA)와의 유대관계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세계 경제네트워크를 활용해 대한민국의 산업발전에 기여하고자 함이다.
그의 신임회장으로서의 포부는 결국 회원사의 실질적 이익뿐만 아니라 한인사회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 개최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조국의 중소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을 통해 미래로 도약하는 협회로 발전시켜나가는 데 힘쓰겠다는 것이다.
그는 “협회의 발전은 회원사들 간에 단합과 세대 간의 연대감 강화가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신임집행부가 계획하고 있는 현실 가능한 사업추진에 대해 회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동참해서 믿고 도와줘야 한다”며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호소한다.
■타고난 사업가의 기질
그는 1953년 울산에서 태어났다. 3남4녀의 7남매 중 넷째다. 아버지는 사업가. 제빙공장과 양계관련 사업을 했다. 초, 중학교는 고향에서 다녔다. 활발한 성격에 친구들이 많은 개구쟁이로 자랐다. 중학교 때는 사진 찍기가 취미였다. 장래희망은 어려서부터 사업가를 꿈꿨다.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와 대학은 고향을 떠나 부산에서 보냈다. 동아고를 졸업하고 동아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학창시절은 평범했지만 일찍부터 아버지 사업을 도왔다. 20대 중반에는 고향인 울산에서 보석가공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3년 정도 운영하며 돈도 제법 벌었다. 독일 자가용을 몰고 다닐 정도였다. 그러다 1981년 뉴욕으로 홀로 도미했다. 매형의 권유로 넓은 세상에서 보다 큰 사업가의 꿈을 펼쳐보기 위함이었다. 그때나이가 28세였다.
뉴욕에 처음 도착해서는 플러싱에서 2개월 정도 그로서리를 다녔다. 그리고 바로 맨하탄 29가에 수입도매상을 차렸다. 사업가인 아버지의 사업가기질을 물려받아 세계경제의 중심지인 맨하탄 한복판에서 비즈니스를 직접 시작한 것이다. 품목은 인형, 커스텀 주얼리, 스카프, 가방, 티셔츠 등 당시 핫 아이템은 모두 취급했다. 상호명은 ‘트윈 이글스(Twin Eagle)'로 정했다. 독수리는 높이 날고, 멀리보고, 명석하다는 생각 때문. 하지만 젊은 나이에 타국에서 홀로 살던 그는 하나는 외로워 둘(twin)을 독수리 앞에 붙였다고 한다.
그는 1981년부터 2012년까지 맨하탄 브로드웨이에서 31년 동안 수입도매상을 운영했다. 승승장구하던 비즈니스가 2008년 금융위기로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했다. 2012년에는 직장암 2기 판정마저 받았다.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위해 비즈니스를 접어야만 했다. 6개월 정도 항암치료를 받았다. 그 후 2년 6개월 동안 자택에서 요양하면서 암 투병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찾았다. 요양하면서 틈틈이 자동차 판매 공부와 경험을 쌓았다.
지난 2015년 뉴저지 포트리에 자동차 딜러를 정식으로 오픈할 수 있었던 이유다. 새로 시작한 비즈니스 상호 역시 ‘트윈 이글스’에 오토(Auto)만 더했다. 현재도 중고차 거래업체를 운영하며 자동차 구매와 판매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그는 30년 이상 도매상을 운영할 때 한인소매상들에게 핫 아이템을 많이 공급함으로써 그들의 비즈니스에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것을 보람으로 여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매매를 하면서 고객에게 만족을 넘어 감동을 줄 때 일할 맛이 난다고 여긴다.
그의 사업철학은 언제나 변함없다. 신뢰로써 노력하는 만큼 얻을 수 있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사업비결 역시 ‘정직하라. 최선을 다하라’였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면서 그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인간관계’다. 금맥보다는 인맥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업은 결국 사람장사란 얘기다. 그의 한번고객은 영원한 고객인 이유다. 그는 “사업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기질을 타고났고 일찍부터 사업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사업의 최대 성공비결은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며 자신의 노하우를 귀띔한다.
■남다른 가족사랑
그는 현재 자신의 삶을 3막이라 생각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 오기 전 까지가 1막이다. 2막은 뉴욕에 와서 사업을 시작해 직장 암 선고를 받아, 투병생활을 하던 시기다. 암 투병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찾았을 때부터 앞으로의 남은 삶이 3막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앞으로 건강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일을 하면서 살겠다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한자 마음(心)을 쭉 늘어놓으면(心心心心心心心心心心心心心心心) 물이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그처럼 마음을 잡아주는 것이 바로 종교라 생각한다. 마음이 모든 것이라 여기기에 그의 행복관은 바로 ‘내 마음의 만족’인 셈이다. 종교관도 독특하다. 자신의 종교는 유교, 불교, 도교 등을 가리키는 유불선(儒佛仙)이라고 한다. 유교, 불교, 도교는 모두 가는 길은 다르지만 "어차피 도달하는 곳은 같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가족사랑은 남다르다. 자신의 삶에 일등공신으로 아내를 꼽는다. 1989년 가족 소개로 한국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음악도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외모, 성격 등 모든 면에 한 눈에 반해 결혼한 아내가 28년의 결혼생활 동안 내조에 힘써준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 남편으로서 남은 인생의 여정을 좀 더 멋있고 풍요롭게 마무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는 이유다. 그의 취미인 모터사이클도 이제는 자신의 스트레스 해소용보다는 아내와의 데이트용이라 귀띔한다.
그는 아내와의 슬하에 1남을 두고 있다. 자신의 거울을 보는 것 같은 아들에게도 ‘즐거울 때나 힘들 때나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즐겨라. 특히 겨울이 지나야 봄이 오듯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피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부딪치며 즐겨야만 인생은 더욱 풍요로워 질 것“이라며 즐기는 삶의 중요함을 교훈으로 전한다. 그는 앞으로 2년의 임기동안 회원들을 위한 봉사자로서의 회장 역할에 진력하겠다고 다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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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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